핼러윈 행사 왜 이리 커졌나…비수기 마케팅서 ‘무분별 확장’ 지적도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후 유통·식품 업계를 중심으로 그동안 확장돼온 ‘핼러윈 마케팅’을 되돌아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 업계의 핼러윈 행사는 2010년 이후 활발해지기 시작해 2015~2016년 무렵부터 규모가 커졌다. 2000년대 초 영어유치원 등에서 주로 외국인 강사를 통해 핼러윈 문화를 접한 아이들이 청소년·성인으로 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즈음 주로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복합쇼핑몰 등에서 핼러윈 장식을 늘렸다. 식음료·외식 업계도 발 빠르게 핼러윈 과자·음료 등 기획 상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색적인 장식과 코스프레 행사가 퍼졌고,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SNS) 인증용으로도 화려한 핼러윈 행사가 인기를 끌었다.
이에 앞서 최초의 핼러윈 문화는 호텔 업계에서 확산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핼러윈 행사는 1988년 10월 31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제이제이 마호니스에서 열린 ‘올림피아드 핼러윈’이다. 국내 한 호텔 관계자는 “해외 문화가 지금처럼 익숙하지 않았던 당시 호텔 클럽은 외국의 사교 문화를 전파하는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행사가 성공을 거두자 다른 호텔 클럽들도 비슷한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
이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핼러윈 행사는 여러 행태로 확장됐다. 외국인이 많은 서울 이태원과 홍대에선 클럽·카페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고 젊은이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고 유학·해외여행 등으로 외국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이 늘어난 영향도 컸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해외 체류 경험이 많은 고객들이 늘면서 핼러윈이 하나의 문화가 됐고 업계는 그 트렌드를 따라갔다”며 “핼러윈과 엮어 다양한 할인 행사를 열고, 테마공간을 연출하며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핼러윈 마케팅을 유통 업계의 비수기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여름 바캉스 시즌이 끝나고 연말 크리스마스 전까지 11월 빼빼로데이 정도 말고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 핼러윈 행사가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핼러윈 마케팅이 유통 기업의 매출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편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사실 핼러윈을 즐기는 건 10·20세대 등 MZ세대가 많은데 크리스마스처럼 주변에 선물을 하는 문화도 아니다 보니 매출 상승 폭은 크진 않다”고 말했다. 핼러윈 시즌 메뉴를 꾸준히 출시했던 한 식음료 기업 관계자도 “매출이 크게 오르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핼러윈 효과를 누리는 건 일부 대형마트와 테마파크, 외식 기업 정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A대형마트에 따르면 최근 4년 새 핼러윈 상품 매출은 연평균 20%가량 늘었다. 구매 연령대도 30·40대에서 50대 등으로 확산했다.
한 테마파크 관계자는 “5~6년 전부터 핼러윈 행사를 해왔는데 이전에 비해 손님이 많이 찾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핼러윈 복장과 소품 등은 주로 이커머스 업체에 입점한 소상공인 매출과 관련이 있다. B이커머스 업체에 따르면 핼러윈 대목인 10월엔 파티용품이 평소보다 10%가량 많이 팔린다.
다만 앞으로는 이런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질 전망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선 (핼러윈 행사가) 무분별로 확장한다는 얘기도 있었다”며 “앞으로는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관련 행사가 크게 움츠러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일현·최선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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