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카드 많이 긁었다…소비 더 늘었나, 고물가 착시 효과냐

최현주 2022. 10. 3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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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을 비롯한 물가 상승세가 무섭다. 연합뉴스

서울 장위동에 사는 박모(32)씨 요즘 매달 카드명세서를 받아볼 때마다 이용 내역을 꼼꼼히 확인한다. 결제금액이 예상보다 많이 나와서다. 사회 초년생인 그는 회사 업무 적응만으로도 피로해 딱히 여가 생활을 즐기지 않는다. 생활 방식에 큰 변화가 없는데 씀씀이가 늘어난 것이다.

그는 “평일은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점심값과 주말에 시키는 배달 음식값, 한 달에 두 번 정도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는 정도가 소비의 전부”라며 “딱히 옷을 사는 등의 쇼핑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요새 이상하게 카드값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이용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그가 사 먹은 주요 음식(한국소비자원 참가격 기준)은 삼겹살(2인분 3만6000원), 삼계탕(1만5000원), 냉면(1만1000원), 돌솥비빔밥(1만원), 칼국수(8500원), 김밥(3000원) 등이다. 6번의 외식으로 8만3500원을 썼다.

같은 메뉴를 1년 전인 지난해 9월에 사 먹었다면 그가 내야 할 돈은 7만7000원 정도다. 같은 음식을 먹었지만 1년 만에 내야 할 돈이 8.4% 늘어났다. 그는 “물가가 올랐다고 하더니 삶의 질에는 변화가 없는데 지출은 늘고 있다는 게 카드명세서를 볼 때마다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접어들면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3분기 카드 소비액이 늘어난 것이다. 수출의 부진 속에서도 3분기 경제성장률을 이끈 건 소비였다. 하지만 실제 소비는 크게 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치솟은 물가 탓에 소비가 늘어난 듯한 ‘착시 현상’이라는 것이다.

3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체 카드 승인 금액(285조5000억원) 및 승인 건수(67억7000건)는 1년 전보다 각각 15.1%와 11.6%씩 늘었다. 개인카드 승인금액(232조3000억원)은 13.6% 늘었고, 법인카드(53조3000억원)도 22% 증가했다.

소비밀접업종(소비생활과 관련성이 높은 8개 업종)별 카드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의 소비가 크게 늘었다. 3분기 운수업 카드승인실적(3조6100억원)은 1년 전보다 87.5% 급증했다. 여행사 및 기타 여행서비스 등 사업시설관리‧지원 서비스업(9900억원)은 39.4%, 숙박‧음식점업(37조8200억원)은 37.2% 증가했다.

사실상 '개점 폐업' 상태였던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4조6200억원)도 28.8%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여신금융협회는 “차량 이용 증가와 항공‧관광‧외식‧영화관 등 여행‧여가 관련 부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및 국내외 출입국 관련 규제 완화 등으로 수요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체 소비가 증가세를 보였지만, 덩치(소비액)만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소비 흐름이 좋지 않아서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전달보다 1.8%포인트 감소했다. 3월(-0.7%)부터 7월(-0.4%)까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 8월 반등에 성공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뒷걸음쳤다.

소비뿐 아니라 전산업 생산(-0.1%)과 투자(-2.4%)까지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 등 내수도 조정을 받으면서 생산과 지출이 모두 감소했다”며 “경기 회복 내지 개선 흐름이 다소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경제 상황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가는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5.9%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3분기 외식산업 식재료 원가지수는 145.89로, 7분기 연속 상승세다. 분기마다 역대 최고 기록이 바뀌는 상황이다.

이처럼 뛰는 물가에 지갑이 얇아지며 소비 심리도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 9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해 9월(103.7)보다 12.3포인트 하락한 91.4다. 지수가 100보다 낮을수록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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