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죽어가는데 사람들 웃고 노래해" 호주 희생자 친구 오열
이태원 참사와 관련 호주 출신 희생자의 친구가 “무대책이 부른 참사”라며 통탄했다.
31일 호주 9뉴스 등 현지 매체는 호주인 희생자 그레이스 래치드(23)의 친구 네이선 타버니티가 틱톡 영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타버니티는 사고가 있기 전 친구들과 분장하고 찍은 셀카를 공개하며 “그레이스의 24번째 생일을 앞두고 이태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레이스가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했을 때 현장에 같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친구 중 한 명의 손을 잡았다”고 말하며 그는 눈물을 터뜨렸다.
타버니티는 같이 간 친구 3명에 대해 “2명이 중태에 빠졌고 1명은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방책이 부족한 것이 참사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과 응급서비스 인력이 부족했다”며 “아무도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내 친구가 죽어가고 있는 동안에 사람들이 사고 현장을 찍고 있거나 노래 부르고 웃는 걸 지켜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우리는 사람들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고 사람들은 죽어갔다”며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30분, 지원인력이 투입되기까지 1시간이 걸렸으며 구조대가 오기까지는 더 오래 걸렸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게 CPR을 받는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을 ‘정부에 버림받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며 “많은 사람들이 몰릴 걸 예상했다면 왜 대비하지 않았냐”고 강조했다.
한편 호주 현지 매체는 사망자 래치드의 가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영화제작사에서 일하던 ‘밝은 미소의 천사’같은 사람이었다고 전하며 애도를 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총 30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고로 154명이 숨지고 33명이 중상을 입는 등 149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 중 외국인은 26명이다. 사망자의 국적은 이란 5명, 중국·러시아 각 4명, 미국·일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이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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