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혼자 살아남아 미안합니다” 이태원 생존자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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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지난 30일 경기도 의정부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머리를 숙인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여성은 전날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특히 압사 사고 현장에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던 지인들과 뒤엉킨채로 머물러야 했던 이들은 계속 떠오르는 사고 잔상에 힘겨워한다.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놀러갔던 그는 나홀로 빠져나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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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 잔상에 힘겨워하기도
“사람을 살릴 방법이 없다” 무력함도
“죄송합니다.” 지난 30일 경기도 의정부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머리를 숙인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여성은 전날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사람들이 차츰 불어나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친구와 손을 잡고 겨우 버텼지만, 인파의 압력에 결국 친구의 손을 놓쳤다. 이 여성은 친구의 사고 소식을 친구 가족에게 전했고, 친구의 죽음을 장례식장에서 확인했다. 그는 자신이 끝까지 손을 잡지 못해 친구가 사망했다는 죄책감에 친구의 부모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가족과 친구, 동료를 잃은 슬픔에 더해 ‘나만 살아남았다’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압사 사고 현장에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던 지인들과 뒤엉킨채로 머물러야 했던 이들은 계속 떠오르는 사고 잔상에 힘겨워한다.
참사 현장 한가운데 있었던 김모(18)군도 불쑥불쑥 사람들 속에 끼어 있던 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놀러갔던 그는 나홀로 빠져나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들뜬 마음으로 축제 현장을 방문했다는 기쁨은 채 3시간도 지나지 않아 평생의 악몽으로 변했다.
꽉찬 인파 속에 이리저리 떠밀리는 상황이 30분간 이어지더니, 참사가 발생한 골목 위쪽에 있던 그의 눈 앞에서 10명가량이 균형을 잃고 우수수 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공간이 생겼다고 착각한 사람들이 그대로 밀고 내려왔고 사방으로 조여오는 무게에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그때 담벼락 위에서 누군가가 “잡고 올라오세요”라고 소리쳤고 김씨는 그 손을 잡고 인파 속을 빠져나왔다. 김씨는 “내 앞에 깔려서 숨도 못 쉬고 반응도 없이 가만히 있던 사람들의 얼굴을 봤는데, 잊혀지지 않는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사망자들이 많은데, 나만 살아나온 것처럼 느껴진다. 그분들한테 죄책감이 들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에 참여했던 시민들도 ‘살려내지 못했다’라는 죄책감과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태원 부근에 사는 문모(29)씨는 참사 당일 오후 11시가 넘어 이태원 사고 현장을 찾았다. 이미 거리에는 축 늘어진 사람들이 군데군데 누워 있었다. “CPR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냐”고 외치는 쪽으로 다가간 문씨는 군대에서 배운 CPR을 시도했다. 그의 주변으로 이미 몇몇 희생자들은 손이 포개진 채 모포에 덮여 있었다.
문씨가 약 30분간 등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며 CPR을 시도한 남성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럼에서 계속 CPR을 실시하던 문씨에게 “가망이 없다”는 구급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씨는 자신이 종전까지 살리려고 노력했던 남성을 모포로 덮은 뒤 구급대원과 함께 운반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면 무섭다는 생각보다 무력감이 더 크다고 했다. 그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고 전했다. 문씨는 참사를 애써 잊으려고 노력중이었다. 하지만 31일 이태원역 주변에 놓인 조화를 보고 참사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 문씨는 “아직 무력감이 남아있지만 출근도 하고 일상을 찾아야하니 최대한 회복하려고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성윤수 이의재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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