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하게 올라오는 희생자 모욕‧조롱…경찰, 명예훼손 게시물 엄정대응 방침

김남영 2022. 10. 3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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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혐오하는 내용의 온라인 게시물이 논란이다. 희생자에 대한 외모 평가까지 내리는 등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온라인에 게재된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은 한 시민이 추모의 꽃을 놓고 있다. 김성룡 기자


사고 영상 보고 외모 평가에 “왜 놀러 갔냐” 비난

지난 29일 참사 이후 온라인 공간에선 사고 당시 사진과 영상 등이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시작은 유튜브나 틱톡 같은 영상 플랫폼이었다. 자극적 제목을 달고 우후죽순 올라오더니 현재는 일부 게시물이 차단된 상태다. 참사 피해자들 여러 명이 바닥에 누워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모습까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일부 네티즌은 화면에 담긴 부상자의 외모를 비하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사고 당일 이태원에 있던 희생자를 조롱하는 내용의 게시물도 올라왔다. “누가 가라고 했냐”“일하다가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은데 놀다가 죽은 것을 애도해야 하냐”“외국인들이 만든 축제에 왜 갔냐”는 식이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10~20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고의 원인은 MZ세대”“그 세대가 무식해서 그렇다”와 같은 젊은 층에 대한 혐오성 글도 공유되고 있다.

희생자를 모욕하고 조롱하는 게시글에 눈살을 찌푸린 일부 네티즌은 자정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해당 게시글에 “제발 지금은 추모만 해라”“이런 글이 유가족 등 피해자를 두 번 죽인다”며 게시글을 내리도록 촉구했다. 직장인 정모(30)씨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글을 볼 때마다 신고하고 있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을 감정적으로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고 경위 규명이 늦어지면서 “토끼 머리띠를 한 남자를 잡아야 한다” 등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도 확산하고 있다. 사고 당일 현장에서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이 인파 속에서 “밀어”라고 외치는 영상이 퍼지면서다. “골목 위에서 5명의 남성이 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란 목격자의 이야기와 맞물리며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머리띠 남성의 신원 확인 여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 조사, 영상 분석 등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가짜뉴스와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해 엄정 대응을 밝힌 경찰은 31일 총 6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해 63건에 대해서는 삭제·차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피해자들 향해 비난 대신 지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서울경찰청 수사본부 수사관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대형 참사에서 피해자에 대한 악플과 비난성 게시글은 유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을 더 악화시킨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30일 성명을 내고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트라우마를 더욱 가중하고 회복을 방해한다”며 이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심리학적으로 이렇게 큰 사건이 있을 때 분노의 감정이 먼저 오는 경향이 있다”며 “‘아직도 우리나라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오는 분노가 잘못된 방향으로 투사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어 “피해자들에 대한 비난은 유족들에게 ‘재외상화’(정신적 외상이 있는 상태에서 또 외상을 받는 것)를 겪게 할 수 있다”며 “비난 대신 지지를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일부에서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사상자들을 혐오하는 발언이나 허위조작 정보, 자극적인 사고 장면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동은 절대 자제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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