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7] ESG경영과 녹색교회

전병선 2022. 10. 3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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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는 지난 2021년 ‘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를 주제로 연중기획을 진행한 바 있다. 이 기획 기사에서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지속 가능하도록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교회의 사례들을 소개했다. 녹색교회란 하나님이 태초에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기후위기로부터 지키고 보전하고자 하는 의식을 가지고 실천하는 교회를 의미한다. 녹색교회에서 실천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은 ESG경영 중 환경(E)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활동이다. 녹색교회 운동이 오늘날 기독교와 신앙인들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다수의 연구보고서와 각종 매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추세와 같이 증가하면 조만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어 통제 불가능한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경고 때문인지 다수의 사람이 환경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막상 일상생활 속에서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생각 밖으로 적다. 기후위기는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늘 있었던 우려 또는 내가 살고 있고 살아갈 가시적인 미래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생각한다.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것은 우리가 자연재해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되었을 때뿐이다.

구약성경 열왕기하 20장에 자신이 범한 실수로 인해 미래 세대가 멸망 위기에 처해 있으나 자신이 사는 날 동안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책임하게 반응한 남유다 왕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남유다 13대 히스기야 왕이다. 히스기야 왕의 재위 기간에 활동했던 선지자가 바로 그 유명한 이사야이다. 열왕기하 18장 3~6절을 보면 히스기야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히스기야가 그의 조상 다윗의 모든 행위와 같이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하여 그가 여러 산당들을 제거하며… 그가 여호와께 연합하여 그에게서 떠나지 아니하고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계명을 지켰더라” 최고의 칭찬을 듣고 있다. 이렇게 위대한 지도자였던 히스기야는 역사의 주관자가 하나님이심을 의지하기보다 과시욕과 인간적인 지략을 앞세워 잠재적인 적이 될 수 있는 바벨론에게 자신의 비밀을 모두 알리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이사야 선지자가 찾아와서 확인차 묻는 내용이 20장 14~15절에 나오고 이어서 17절 이하에서는 이사야가 하나님이 주신 신탁의 말씀을 히스기야 왕에게 전한다. “날이 이르리니, 왕궁의 모든 것과 왕의 조상들이 오늘까지 쌓아 두었던 것이 바벨론으로 옮긴 바 되고 하나도 남지 아니할 것이요, 또 왕의 몸에서 날 아들 중에서 사로잡혀 바벨론 왕궁의 환관이 되리라 하셨나이다.”

이사야 선지자는 히스기야 왕의 영적 타락에 대해 히스기야를 꾸짖으며 남유다의 미래에 닥칠 재앙을 경고하고 있다. 그랬더니 그 반응은 더 이상 과거의 히스기야 왕이 아니었다. 19절에 보니 “히스기야가 이사야에게 이르되 당신이 전한 바 여호와의 말씀이 선하니이다 하고 또 이르되 만일 내가 사는 날에 태평과 진실이 있을진대 어찌 선하지 아니하리요.” 이사야의 꾸짖음에 말도 안 되는 무책임한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히스기야의 불신앙과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해 유다 백성이 멸망의 위기를 경험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왕으로서 자신이 다스리는 백성들과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다. ‘내 임기 중에만 잘 먹고 잘살면 되지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슨 상관이냐, 심지어 나는 피해를 안 볼 것이니 선하다’라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미래 세대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멸망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내가 사는 동안에는 그 피해가 없을 것이니 환경위기에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러한 무책임의 결과 결국 남유다는 바벨론에게 멸망당하게 되고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대로 백성들을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가서 노예의 삶을 살게 된다. 우리가 현명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환경위기가 전 지구적인 재앙으로 연결될 것이며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후속세대가 환경위기로 인해 노예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경고의 말씀이다.

유럽에서는 지난 몇 년간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가며 나타나고 있으며 알프스의 빙하가 6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고 히말라야의 빙하들도 유사한 상황이라고 한다. 극지대의 동토층이 온난화로 녹으면서 아산화탄소 보다 21배나 강한 온실효과를 가진 메탄이 대기 중에 방출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매일 조금씩 조금씩 진행되다 보니 우리는 마치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이 다가오는 위기를 체감하지 못한다. 히스기야와 같이 지금 당장 펄펄 끓는 뜨거운 물도 아니고 내가 사는 날에 태평이 있을진대 기후위기가 나와 무슨 상관인가 생각한다.

그동안 기독교 공동체는 환경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창세기 1장 28절에 하나님이 인간에게 명령하신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는 말씀에서 정복하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잘못 해석해서이다. 여기서 정복이라고 번역한 단어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subdue’로 단순히 정복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절히 억제하고 통제한다는 의미이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보아 끊임없이 개발해서 인간의 욕심을 채우라는 의미가 아닌 것이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6일 동안 창조하시면서 매일 매일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반복해서 선언하셨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생명체와 자연의 질서가 파괴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보존하라는 명령인 것이다. 교회가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인간의 타락은 예수님의 구속사역으로 회복되며 하나님 나라는 궁극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완성되어 새 하늘과 새 땅이 임할 것이라는 이사야서 65장 17절 말씀과 관련될 수 있다. 이 말씀에 대한 적용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저주받은 땅으로 보고 벗어나야만 할 대상으로만 접근하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일 수 있다.

다행히 이러한 오류를 극복하고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의 계명이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상황 속에서 어떻게 실천되어야 할지 그리고 기독교 공동체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녹색교회 운동은 기독교의 핵심 계명을 실천하는 귀중한 운동으로 더욱 확산되어야 할 당위성이 있다. (다음 회, ESG경영과 기독교 음식윤리)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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