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떠난 일자리, 로봇이 채운다"…로보티즈 김병수의 로봇 이야기
"서울시내 호텔 로봇 내후년이면 1000대 넘을 것"
실내용 '집개미' 실외용 '일개미' 출시
로봇 핵심부품 관절 '다이나믹셀'로 사업 확장
로봇개발 전문기업이자 코스닥 상장사 '로보티즈'에선 대표 주재 회의 시작할 때마다 독특한 워밍업을 거친다. 개발자를 중심으로 직원들이 본인이 일상에서 경험한 의미 있는 사건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최근에는 한 직원이 "출입문에 'push'라고 쓰여 있든 'pull'이라고 쓰여 있든 상관없이 사람들이 미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출입문에 손잡이를 장착했더니 잡아당기고, 평평한 판을 붙였더니 손바닥으로 미는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사진)는 "이렇듯 로봇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도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로봇 개발에만 천착하기보다는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고찰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로보티즈의 기업 문화에는 인문학 정신이 담겨있다. 김 대표는 "인간을 노동의 굴레에서 해방시키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면서도 "사람의 일자리를 로봇이 빼앗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이 일자리를 떠나고 있고, 그곳을 로봇이 채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제조업 공장부터 배달 기사까지 업종 불문 기업에서 사람을 뽑으려고 해도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기피하거나 위험한 업무를 로봇이 대신해주는 세상을 추구한다. "로봇 덕분에 사람은 좀 더 부가가치 있는 일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존재로 바뀔 것"이라고 미래를 전망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로봇동아리 활동을 하며 국내외 각종 로봇대회를 휩쓴, 동종 업계에선 전설 같은 존재다. 그는 1999년 로보티즈를 창업하면서 "로봇을 공장 밖으로 꺼낼 수 없을까"라는 의문으로 서비스 로봇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서비스 로봇은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으로 이제 막 시장이 태동하던 단계였다. 로보티즈는 초창기 로봇 완구를 개발·생산하다가 로봇 전용 액츄에이터(제품명 다이나믹셀)를 만들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액츄에이터는 로봇의 관절과 이동장치에 사용되는 핵심적인 부품이다.
내년 중반에는 더욱 고도화된 다이나믹셀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초경량, 초정밀 제품"이라며 "서비스용뿐 아니라 산업용 로봇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성능과 활용도 면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단순 반복 작업뿐 아니라 사람과 함께 작업을 하는 협동로봇 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로보티즈는 2018년 10월 코스닥에 입성했다. 김 대표는 "서비스로봇 개발업체로서 기술특례 상장을 한 첫 번째 기업"이라며 "당시에는 상장 예비심사에서 더욱 까다롭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고 회상했다. 그는 "서비스 로봇 산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매출 성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심사를 통과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에 "상장이 되면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진검승부의 시간이 펼쳐진다"며 "상장 시기와 본인의 현재 회사 상태를 잘 고민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로보티즈는 상장 후 자율주행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내 자율주행로봇인 '집개미'와 실외 자율주행로봇 '일개미'를 출시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자율주행로봇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앞당겼다. 김 대표는 "기술의 진보와 시장의 요구가 맞물려야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는 배송로봇 등 서비스 로봇 시장이 열리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로봇 규제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로봇은 사람보다 가볍고 자전거보다 속도가 느리지만 2t짜리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체감하는 규제가 많다"며 "다양한 경험으로 다양한 데이터들이 쌓여야 하는데 규제 때문에 진전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 승부할 생각을 하면 다소 막막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인정받은 하드웨어 기술은 로보티즈만의 강점이다. 특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수 있는 팔이 달린 자율주행 로봇은 거의 독보적이다. 다른 업체들의 경우 로봇팔이 없어 엘리베이터와 로봇을 연동해야 하는데 보안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의 다이나믹셀로 기초 체력을 닦아온 하드웨어 기술과 인공지능이 접목되면서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이미 서울 시내 호텔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 100대, 2024년에는 1000대가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언젠가는 할아버지가 집 안에서 음식 배달로봇 10여대를 운영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달 라이더가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는 대신, 일반인이 배달로봇 여러 대를 원격 제어하는 미래를 꿈꾼다. 김 대표는 "로봇이 공간적인 제약을 없애고 나이·계층에 상관없이 소외된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일자리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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