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상민, 국민 분노케 한다”…참사 이틀만에 '정부 책임론' 공세

김준영 2022. 10. 31. 18: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 당국은 ‘책임이 없다. 할 만큼 했다’며 국민을 분노하게 하지 말고 ‘모든 게 내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밝혔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당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野, 이상민 발언 고리로 ‘정부 책임론’ 공세 개시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로써는 (참사 원인 규명)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할 때”라고 밝혔지만, 민주당의 정부 비판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이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제외한 최고위원 7명 중 6명이 이 장관 발언을 거론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 회피성 말을 한다”며 날을 세웠고, 고민정 최고위원도 “국민의 슬픔을 공감할 줄 모르는 정부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안전을 책임져야 할 장관이 무책임한 발언을 해야 했느냐”(박찬대 최고위원), “책임 회피 발언에 귀를 의심했다”(서영교 최고위원), “‘비가 와도 내 탓, 안 와도 내 탓인 것 같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리워진다”(장경태 최고위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민주당 지도부는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이태원 사고 현장도 방문했다. 이 대표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게 “사람이 많으면 질서 유지를 포기하는 거냐”, “통제할 생각은 있었던 거냐”고 물었고, 이에 최 서장은 “저희는 화재에만 중점을 맞췄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소방은 사고수습이 주목적이니까”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진입통제도 없고 차도·인도 분리도 없고 일방통행 관리도 안 하고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공식 출범시킨 ‘이태원 참사대책본부’ 첫 회의에선 정부의 책임 추궁도 예고했다. 회의 후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많은 인파가 결집할 것을 정부 당국이 충분히 예상했던 만큼, 이번 사고는 얼마든지 예방 가능했던 사회적 참사라고 규정한다”며 “대책본부 내 사고수습단·국민추모단·진상조사단을 통해 진상규명을 이뤄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찾아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으로 부터 브리핑을 받으며 사고에 관해 질문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與, 조기 진화 노력…“추궁 아닌 추모의 시간”


반면 여권에선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면서 야권이 꺼내 든 ‘정부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조문을 마친 뒤 ‘이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많다’는 취재진 물음에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라기보다는 ‘추모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전날 발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조문 직후 전날 발언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앞으로도 대참사를 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발표)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참배를 마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대통령실도 이 장관에 힘을 실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이 장관의 발언 취지는 현재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사고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미 대통령께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는 사고수습과 후속 조치라고 말한 바 있다”며 “모든 공직자가 그에 맞춰서 판단하고 행동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여당 일각에선 이 장관의 발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조경태 의원도 “너무 슬프고 참담한 심정인데, 이 장관의 발언 한마디가 논란을 빚게 하는 건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비윤(非尹) 당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이 장관 파면까지 주장했다. 그는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했다. 이태원 참사는 반드시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며칠 애도만 하고 수습만 하고 지나간다면 또 다른 재앙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장관의 발언을 고리고 여야 격돌이 조기에 재개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당장 1일 국회 행안위에서 진행되는 ‘이태원 참사’ 현안보고부터 시선이 쏠린다. 전날 여야는 질의 없이 보고만 받기로 합의했는데,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에 “질의 있는 회의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이 장관이 출석하는 만큼 (발언 논란과) 관련된 의사진행 발언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정쟁은 계속 중단…대통령실 국감 연기


다만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와 무관한 사안엔 정쟁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이어나갔다. 국회 운영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송언석·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내달 3일로 예정된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정감사를 애도 기간 이후인 8일로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 진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재난수습 콘트롤타워가 대통령실인 만큼, 사고수습에 전념하라는 뜻으로 국정감사를 연기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1일 열리는 정책 의원총회에서도 여야 쟁점 법안인 이른바 ‘감사완박’ 법안(감사원법 개정안)을 다루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외 정쟁 사안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