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차 요청했다" "사고 이후다" 이태원 참사 당일 진실공방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적극 요청했다.”(서울 용산경찰서)
“사고 이후에 ‘구두’로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서울교통공사)
154명이 숨진 서울 이태원 참사와 관련 경찰과 서울시교통공사가 이렇게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태원역 무정차 요청을 두고 관련 기관이 진흙탕 싸움을 하는 양상이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이전투구'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 이태원상인연합회가 지하철 무정차 통과 등을 용산경찰서 등에 건의했다는데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나’라는 취지의 질문이 나왔다. 참사가 발생한 곳은 해밀턴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와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를 잇는 좁은 골목길이다. 폭 4m가량 길에 양방향에서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서면답변을 통해 “(핼러윈 사고 전인) 26일 오후 3시 열린 간담회 때 이태원 역장에게 ‘다중이 운집할 시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사고 전에 요청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경찰에서) 구두로 무정차 통과를 요청한 건 사고 이후인 30일 오후 11시 11분”이라며 “이태원 역장이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것 맞으나 무정차를 정식 요청한 게 아니라 ‘어떻게 진행하면 되는 거냐’고 절차만 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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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빠진 구청장 성명
이런 가운데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왜 사과하지 않냐”는 말이 나온다. 올해 핼러윈 행사는 ‘노 마스크’ 등 방역완화로 예년보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정부와 지자체 등의 안전관리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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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장관 인파, 경찰배치인력 수치 단순비교
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구설에 올랐다. 이 장관은 지난 30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가 여권 내에서도 “발언이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장관은 3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전날 발언 취지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경찰이나 소방 대응으로) 사고를 막기에 불가능했다는 게 아니라 과연 그것이 원인이었는지에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전에 포착된) 특이사항은 없었다”며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모인 시민이 예년 대비 (올해) 30% 정도 늘었고, 경찰은 예년보다 올해 40% 증원됐다”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발언이 계속 논란되자 이날 오후 별도 의견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민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사고 수습에 전념하겠다”며 사실상 사과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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