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도 할 수 없었다…"어떻게 해, 우리 딸" 통곡만 가득한 빈소
“어떻게, 어떻게 해. 우리 딸” 빈소 옆에 마련된 방에선 엄마의 애절한 통곡만 흘러나왔다. 겨우 몸을 추스른 아빠는 상복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하고 흰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벌겋게 부은 눈으로 조문객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아빠의 손을 부여잡은 조문객도 끝내 눈물을 흘렸다.
31일 오전 11시30분 이태원 참사 희생자 3명이 안치된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은 유족의 흐느낌을 제외하고는 적막감만 흘렀다. 조문객들은 유족에게 위로의 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했다. 조문을 마친 한 방문객은 “하루 사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부모들이다. 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느냐”고 강조했다. 장례식장으로 들어서는 20대 젊은 여성들은 빈소에 놓인 영정사진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조문객들 "지금은 어떤 말도 위로 안 돼" 눈시울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는 희생자 3명이 안치됐다. 대전 연고의 20대 여성 2명과 30대 남성 1명 등이다. 또 다른 희생자는 대전 을지대병원 장례식장과 전북의 한 장례식장에 각각 안치됐다. 이날 낮 12시20분쯤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이장우 대전시장은 빈소 3곳을 모두 조문한 뒤 유족을 위로했다. 이 시장과 함께 빈소를 찾은 대전시 공무원은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앞에서 만난 조문객은 “떨리는 마음으로 왔다. 지금은 어떤 말도 유족에게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것 같아서 왔다”고 했다. 단체복(회사) 차림으로 빈소를 찾은 남성들은 “누가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겠느냐, (장례를) 잘 치러야 할 텐데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스무살 딸을 잃은 부모는 지난 29일 낮 “서울에 다녀오겠다”며 나간 딸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울먹였다. 부모는 딸의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고 사태를 알게 됐다고 한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부모는 서울로 올라가 실종신고를 한 뒤 딸의 소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후 1시쯤 경찰의 전화를 받고 딸이 경기도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모는 “진짜로 믿어지지 않는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흐느꼈다.
대전시·충남도, 장례 지원…합동분향소 마련
대전시와 장례식장 등에 따르면 이들 3명의 발인은 1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 오전에는 20대 여성 2명, 오후에는 30대 남성이 각각 발인식을 갖고 장례식장을 떠난다. 지난 30일 피해자 지원팀을 구성한 대전시는 각 빈소에 과장급(서기관) 공무원을 보내 장례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31일 오후 대전시청 1층 로비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한 대전시는 다음 달 5일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충남에서도 이태원 참사로 4명이 희생된 가운데 천안과 아산·당진·홍성에 각각 빈소가 마련됐다. 충남지역 희생자는 모두 20대로 남성과 여성이 각각 2명씩이다. 충남도 역시 장례식장에 전담 공무원을 보내 장례절차를 지원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오후 도청 1층 로비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애도를 표했다. 충남도청 분향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국가 애도 기간 조기를 게양하고 추모 리본을 패용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관공서 주관 행사나 세미나(워크숍)는 가급적 최소화하거나 축소했다. 산하 모든 기관의 공직기강과 복무관리도 강화했다. 충남도는 각 시·군에 축제 관련 안전 관리 매뉴얼을 정비해 배포하고 안전점검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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