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 세진 美가계, 고금리도 버틴다…"Fed 피벗 없을 수도"

나상현 2022. 10. 3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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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페달에 발을 올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세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며 미국 가계와 기업이 고금리를 버틸만한 맷집이 생겼기 때문이란 분석에서다. 한동안 고개를 들었던 '긴축 속도 조절론'도 다시 힘을 잃고 있다. 잇따른 경기 침체 신호에도 'Fed 피벗(pivot·입장 선회)'이 요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시장과 투자자는 Fed가 다음 달 1~2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정사실화다. 시장과 투자자가 예의주시하는 건 12월 FOMC의 긴축 폭이다. 자이언트 스텝과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놓고 전망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12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신호 등이 이어지며 긴축 속도 조절론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12월 빅스텝으로 시장의 기대가 쏠렸지만, 다시 자이언트 스텝으로 무게 추가 기울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12월 자이언트 스텝 확률은 7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든 뒤 자이언트 스텝 확률은 40%대로 떨어지고 빅스텝 확률은 50%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31일 오후 3시 기준 12월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확률은 46.6%로, 빅스텝 확률인 45.3%를 넘어섰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팬데믹이 키운 맷집…“민간 대차대조표, 강한 위치에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에서 ‘Fed 피벗’ 기대감이 다시 낮아지는 이유로 팬데믹을 꼽았다. 2년간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위기를 겪으며 미국 가계와 기업 재정이 오히려 강해졌기 때문에 Fed의 금리 인상의 충격이나 효과가 약해졌다고 분석한다. Fed가 고강도 긴축 기조를 유지해도 미국 경제가 견딜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차입 비용이 늘어나고 주가가 내려가기 때문에 가계 지출뿐만 아니라 고용·소득도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2020년부터 시작된 팬데믹 기간에 미국 정부가 쏟아낸 강력한 재정부양책으로 가계에 현금성 보조금을 주고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기업의 차입 비용을 낮춘 덕에 가계 등의 저축이 늘어난 것이다.

Fed 이코노미스트들에 따르면 지난해 중반까지 미국 가계의 저축액은 총 1조7000억 달러(약 2419조원)로, 팬데믹 이전의 소득·지출 증가세를 기준으로 추산한 액수를 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팬데믹이 없었다고 가정할 때보다 저축액이 오히려 많아졌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에도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 기준금리 경기 억제 정도는?

실업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실업률은 전월(3.7%)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3.5%로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2월 이후 가장 낮다. 미 소비자 신용카드 잔액도 증가 추세다. 지난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는 전달보다 0.3% 상승했다. 시장정보업체 코르부 LLC의 사무엘 라인스 상무는 "소비자의 재정은 너무나 탄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업과 지방정부 상황도 나쁘지 않다. 팬데믹 기간의 초저금리 덕분에 차입 비용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 중 앞으로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분량은 3%에 불과하다. 2025년 이전 만기 분량도 8%뿐이었다.

지방정부의 현금 유동성도 2007~2009년 세계경제위기 당시보다 양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WSJ은 “현재 미국의 민간 부문 대차대조표는 역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가 와도 Fed 할 일 많다…5.5%로 올릴 수도”


제롬 파월 Fed 의장
이러한 시각이 Fed 내에서 우세하다면 11월 FOMC의 자이언트 스텝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12월까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해 경착륙 우려가 커지더라도 미국의 가계와 기업, 지방정부가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더라도 내년 초에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얀 하치우스를 비롯한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3월 Fed의 최종적인 기준금리 상단이 당초 예상치(연 4.75%)보다 높은 5%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일각에선 최대 5.5%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는 현재(연 3.25%) 기준금리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세 번 더 밟아야 나올 수 있는 수치다.

TS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 경기 침체가 와도 Fed가 할 일이 많다"며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5.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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