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는 보기 어려운 한국 주차 풍경 [3년 만에 한국]
지난 10월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호주 동포의 눈에 비친 한국 모습을 5-6회에 걸쳐 연재하려고 합니다. <기자말>
[이강진 기자]
▲ 호주는 봄이 되어 꽃이 만발하기 시작한다. |
ⓒ 이강진 |
호주에는 봄기운이 가득하다. 호주를 대표하는 꽃, 골든 와틀(Golden Wattle)이 산하를 노란색으로 뒤덮기 시작하는 봄이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비도 많이 내렸다. 그러나 내가 사는 동네는 따뜻한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다. 눈이 내리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래도 체감 온도는 낮다. 따뜻하다는 이유로 난방 시설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항공사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이메일을 열어본다. 내년부터 마일리지 적립이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마일리지가 없어진다니, 아까운 생각이 든다. 특별히 한국에 갈 일은 없다. 그러나 마일리지를 사용해 한국행 비행기표를 샀다. 한국은 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가을로 깊어가는 고국의 산을 찾아 걷고 싶다. 언제 마지막으로 한국에 갔을까, 생각해 보니 3년 정도 되었다.
한국으로 떠나는 날이다. 집에서 4시간 이상 걸리는 시드니 공항까지 하루에 가는 것은 무리다. 시드니에 사는 지인의 집에서 하루 지내기로 했다. 지인은 유별나게 오디오에 관심이 많다. 여러 개의 스피커를 직접 설치해 음악을 즐길 정도다. 육중한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저녁 시간을 함께한다.
지인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수많은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비행장까지 운전해 주었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받으며 비행장에 들어선다. 고맙다. 나도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비행장은 여행객으로 북적인다. 코로나가 한발 물러서 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아침 식사 시간이다. 허기를 채우려고 주위를 둘러본다. 맥도널드 가게 앞에는 긴 줄이 서 있다. 건너편에 한가한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중동 사람이 경영하는 케밥(Kebab) 가게다. 케밥은 호주에서 직장 생활하며 자주 먹었던 음식 중 하나다. 그러나 공항에서는 가격이 시중에 두 배 이상 되는 것 같다. 비행장 자릿세가 비싸서일까, 20불(18,000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시중에서 평소에 먹던 것과 비교해 형편없다.
탑승 수속을 한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한국 여객기다. 기내에 들어서니 영어는 들리지 않는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이지만, 이미 한국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옆자리에 있는 사람과 인사를 나눈다. 시드니에 사는 동포다.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척을 만나러 간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같은 이유로 비행기에 올랐을 것이다.
아침에 떠난 비행기는 저녁 늦게서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까지 마중 나온 친척이 반갑게 손을 흔든다.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이 줄지어 있는 인천대교를 달린다. 오랜만에 찾은 한국이 정겹다. 생각보다 도로에는 자동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다. 쾌적한 도로를 달려 친척 집에 도착했다. 반가움을 나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조금은 피곤하다. 그러나 그리던 사람들과 만나서일까, 마음은 편안하다.
한국에서 맞는 첫 아침, 오늘은 특별한 약속이 없다. 친척과 함께 근처에 있는 백화점에 가 보았다. 문득 청바지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체격이 작은 나에게 맞는 청바지를 호주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호주보다 저렴한 가격에 청바지를 구입했다. 식당이 줄지어 있는 백화점 식당가에도 들렀다. 오랫동안 굶주렸던 한국 음식 냄새가 진동한다. 푸짐하게 주는 갈비탕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호주 공항에서 먹었던 맛없는 케밥보다도 싼 가격이다. 먹을 것이 풍요로운 한국을 실감한다.
백화점에는 서점도 있다. 푹신한 소파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는 사람이 많다.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풍경이다. 호주 서점에서 이런 분위기를 본 기억이 없다. 근처에 있는 문구용품 가게도 들렀다. 수업을 끝낸 학생들로 붐빈다. 어머니의 손을 잡은 어린아이도 화려한 문구용품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호주에 사는 손주들이 생각난다. 선물을 골라본다. 시선을 끌 만한 아기자기한 학용품이 넘쳐난다. 물건 고르기에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 호주에서는 볼 수 없는 주차를 금지하기 위한 갖가지 물건 |
ⓒ 이강진 |
근처에 있는 장터에도 가 보았다. 여행하면서 항상 즐기던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빈대떡을 비롯해 음식을 요리하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반찬을 즐비하게 진열한 가게도 있다. 물고기가 펄떡이는 활어회를 파는 가게도 구경한다. 도로변에서 할머니가 산나물 등을 손질해서 파는 정겨운 광경도 보인다. 특별히 살 물건은 없다. 그러나 활기 넘치는 장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오래 잊었던 한국 냄새에 흠뻑 젖어 든다.
▲ 친척이 사는 집 근처에 있는 시장: 삶의 활력이 넘쳐 난다. |
ⓒ 이강진 |
주위를 둘러보며 집으로 가는데 할아버지가 크고 작은 종이 상자를 손수레에 싣고 가는 모습이 보인다. 자동차 사이를 힘겹게 가는 모습이 안쓰럽다. 심지어는 쓰레기통에서 페트병을 수집(?)하는 나이 많은 사람도 보인다. 백화점에서 보았던 풍요로움과 비교된다.
문득 호주의 복지 정책이 떠오른다. 호주는 노인 복지 정책이 잘 되어있다. 특별한 수입이 없고 67세가 넘으면 국가가 생활비를 보조해준다. 독신에게는 매주 500불(450,000원 정도) 그리고 부부의 경우에는 매주 770불(700,000원 정도) 정도를 최저 생활비로 지급하고 있다. 좋은 집에 살아도 수입이 없으면 정부가 기본적인 생활비는 보장한다. 따라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이 노후를 즐길 수 있다.
오늘은 지인이 마련해준 오피스텔로 숙소를 옮긴다. 흔히 부자가 많이 산다는 강남에 있는 숙소다. 숙소가 있는 빌딩 앞은 자동차와 사람으로 붐빈다. 이곳에도 골목길에는 주차한 자동차들과 그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자동차로 걷기가 힘들 정도다.
아쉬운 점은 최신 시설과 고급 빌딩으로 넘쳐나는 동네지만 거리의 하수구에서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는 점이다. 하수구를 청소하다 유독 가스에 목숨을 잃었다는 오래전에 들었던 뉴스가 떠오른다. 대도시로 급성장한 서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은 개선해야 할 것이 있을 것이다.
▲ 식당 주인이 내건 정겨운 안내문 |
ⓒ 이강진 |
식당이 주위에 많다. 이렇게 많은 식당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저녁 시간에 나가 보았더니 늦은 밤까지 영업하고 있다. 식당이 많은 것에 놀라고 그 많은 식당이 늦게까지 영업한다는 것에 놀란다. 호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다.
다음 날 점심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친구들이다. 고급 식당이다. 서비스도 좋고 주위 풍경도 좋다. 친구들이 열심히 일한 덕분일까, 아니면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해서일까.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는 삶을 지내는 것 같다.
오래전 호주에서 지냈던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추억을 나눈다. 지나간 것은 아름다운 것인가. 오래전에 함께 했던 삶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되살아나 즐거움을 선사한다. 심지어는 어려웠던 삶까지도. 먼 훗날 지금의 삶을 되돌아 보면 오늘은 또 다른 추억이 되어 아름답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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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사진이 본 기사에는 제대로 뜨지 않았네요. 혹시 제가 잘못한 점이 있으면 연락 바랍니다.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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