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출되고, 피해자들 덜덜 떨고... 이건 사회적 재난"

박소희 2022. 10. 3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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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 인터뷰] 이태원 참사 현장 달려간 의사 출신 신현영 민주당 의원

[박소희 기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새벽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서 의료지원 활동에 나선 모습. 그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신으로 과거 ‘재난의료지원팀(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DMAT)’ 일원으로 재난 의료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받았다.
ⓒ 신현영 의원 페이스북
지난 30일 새벽,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있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신인 그는 현역 시절 '재난의료지원팀(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DMAT)' 일원으로 재난 의료상황에 대비해 훈련을 받았다. 이 경험을 살려 신 의원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가 도착했을 당시는 이미 사고가 발생한 지 2시간 정도 경과한 오전 1시 40분경이었지만, 여전히 상황은 처참했다. 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장에는 부상자, 경찰, 소방대원, 공무원 등이 투입되어 수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지만, 대형사고가 발생한 그 장소에서 여전히 할로윈을 즐기는 젊은 인파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고 묘사했다. 그가 참여한 DMAT(재난의료지원)팀 또한 한동안 대기했을 정도로 현장 대응체계도 미진했다.

신 의원은 31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건 사회적 재난"이라며 철저한 원인분석은 물론 재난 대응체계를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섣불리 얘기하긴 어렵지만, 초기 응급대처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 병원으로 옮겨진 사람들 중에도 사망자가 많았다"며 정부가 환자 이송 현황 등을 공개한다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잘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다 노출돼... 피해자들 덜덜 떨며 대기 중이었다"

- 어떻게 참사 현장에 가게 됐는가.

"29일 밤에 자려고 누워서 기사를 보다가 현장 영상에 충격 받았다. 이 상황에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실에 문의했고, 서울 DMAT팀이 현장에 투입됐는데 경기도팀에도 지원 요청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명지병원에 몸 담고 있을 때 저도 DMAT팀 요원으로서 훈련을 받았다. 그래서 명지병원팀이 출동할 때 합류했다. 

솔직히 현장에 가는 게 도움이 될까, 아니면 방해가 될까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아닌 의료진으로, (피해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가는 것이고 현장에 가봐야 국회가 어떻게 공조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는 생각에 가게 됐다."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백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다.
ⓒ 권우성
 
- 30일 오전 1시 40분경 이태원에 도착했을 당시 상황은 어떠했나. 페이스북엔 경증환자 40여명이 대기 중이었다고 설명했는데.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폴리스라인이 쳐 있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인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피해자들과 사고 현장이) 다 노출돼 있었다. 환자들은 추워서 덜덜 떨면서 의료진 천막 뒤에 쭈그리고 앉아서 대기 중이었고. 의료진 천막에 모인 DMAT팀이 각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보건소장이 통제를 해야 했는데, 우리 팀이 갔을 때 어떤 지시를 별도로 받진 못했다. 여전히 다들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나서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까 대기하는 와중에, 다른 DMAT팀도 하나둘 도착했다. 저는 경증환자 분류와 이송 등에 참여하다가 현장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만나서 함께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상황실로 이동, 현장 병상 배치 등을 파악했다."

- 남은 환자들은 경증이었다지만 워낙 사고 충격이 커서 힘들어했을 것 같다.

"(다들) 덜덜 떨고 있었다. 경증이라 병원에 이송해야 하는 사람도, 간단히 처치를 받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는데 상황이 그렇다 보니 공포와 충격이 컸고 또 새벽이라 추위로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섣불리 얘기하긴 어렵지만, 초기 응급대처도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 당시 현장에서 참여한 응급의학과 의사들 인터뷰 등을 보면, 우선순위로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학교 병원으로 가야 했는데 과연 그렇게 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순천향대 병원으로 옮겨진 사람들 중에도 사망자가 많았다(보도에 따르면 이송된 82명 중 79명이 최종 사망 - 기자 주). 그렇게 이송한 게 적절했는지 등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급증한 사망자... 초기 대처 되짚어볼 필요 있다"

- 병상 배치가 제대로 이뤄졌냐는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다. 

"서울 DMAT팀이 참여했기 때문에 인접한 서울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보라매병원, 경희대병원 등으로 갔을 텐데, 어느 병원에 몇 명 입원했는지도 아직 공개 안 되고 있지 않나. 예를 들어 중상자가 33명이라는 것도, 이 가운데 기관 삽관은 몇 명인지, 실제로 중환자실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병실에서 중한 것인지 등이 공개되지 않아서 아직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지금 실시간으로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어서 기다리고 있긴 하다. 사망자만 해도 초반 (중앙상황실에 올라온 규모는) 20명을 얘기했는데 (현장 파악 보고에선) 80명으로, 거기서 (최종) 150명으로 올라가지 않았나. 그건 부상자 중에 사망자로 넘어간 사람들이 꽤 있다는 뜻이다. 이 지표가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 사망자 급증은 아무래도 초동대처가 어려웠기 때문이었을까.

"그 또한 의료 브리핑이 아직 없어서 파악하기 어렵지만, 현장에서 CPR(심폐소생술)했던 환자들 대부분이 소생 불가능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해 들었다. 이미 접근도 늦었고, (사고 현장에서) 빼내고 의료적 처치를 하는 과정에서 '골든타임 4분'도 놓쳤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또 CPR을 했다지만 정말 살릴 수 있는 CPR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사망한 사람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려고 한 CPR이었는지... 좀 더 증언이나 목격자들의 상황이 나와야겠지만 후자였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 어쨌든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CPR을 시도했을 텐데.

"맞다. 의미 없는 CPR인데도 사망자의 친구가 계속 해달라고 부탁해서 안 할 수 없었다는 증언도 있더라. 전문가들도 '이렇게 큰 규모의 압사사고는 일단 발생하면 살리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을) 예방하고, 사전에 통제가 잘 돼야 한다'고 말한다. 참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은 분명했다."

"생존자·유족·구조요원 위한 국가 역할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 이희훈
  
- 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에서도 활동할 예정이다. 어디에 중점을 둘 계획인가.

"이건 사회적 재난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재난이 왜 발생하는지 원인 분석부터 첫번째로 해야 한다. 또 재난대응 관련 법들이 있지만, 그게 촘촘하게 잘 짜여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사실 재난도 너무 종류가 많아서 유형에 따라 소방, 경찰, 의료진이 현장에서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과연 우리나라에선 작동할지, 매뉴얼은 공고한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당연히 부족하지 않겠나. 그렇기 때문에 이럴 땐 어떤 매뉴얼을 만들 것인가, 또 그에 대비한 전국민적 트레이닝이 되어 있는가, 일반 국민들이 CPR을 할 수 있는가 이런 것까지도 다 살펴보면서 국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지금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이기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많은 분들이 불면증, 입맛 소실, 불안감 등이 있을 텐데 의료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심리적 지원은 당연하고, 원래 질병이 있거나 몸이 허약한 사람들도 자기 건강 관리를 방치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가 꼼꼼하게 챙겨주고 지원해줘야 한다. 생존자, 유가족, 피해자, 목격자, 구조요원 모두 다 지원대상이다. 그들을 위해 국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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