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대통령실, 행안장관 '책임 회피' 논란에 "선제 대응 어렵다는 취지"

-이상민 장관, 분향소에서도 발언 논란… 전날 "미리 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니었다"
-대통령실 "현재 경찰에게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모습. 윤 대통령은 권위주의 청산을 내세우며 국정 무대를 기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다. 대통령의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되면서 청와대는 국민들에게 완전 개방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이태원 참사'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듯 한 발언을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대통령실이 "현재 경찰에게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라며 방어에 나섰다. 이 장관은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지금 당장은 사고수습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3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핼러윈 사고와 관련한 이 장관 발언에 "주최 측에 제시한 안전관리계획상 보완이 필요한 경우, 경찰이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제도적 권한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보완하겠다는 취지에서 발언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조문한 뒤 "그것(경찰·소방력 대응)이 (사고의)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전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사전 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과연 경찰의 병력 부족으로 발생한 사고였는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집회나 모임에 시정해야 할 것이 있는지를 더 깊게 연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또다시 책임을 회피하는 듯 한 발언을 내놓은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회의에서 "정부 당국은 '나는 책임 없다. 할 만큼 했다'는 태도로 국민을 분노하게 할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고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해 주면 고맙겠다"고 이 장관을 지적했다.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그런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며 "굉장히 소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 역시 "일반 국민들 듣기에 적절한 발언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날 "현재 경찰은 집회나 시위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들을 통제할 법적·제도적 권한이 없다"며 "주최 측의 요청이 있거나 보완이 필요한 경우 경찰이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을 앞으로 보완해나갈 것이고 이 장관도 그런 취지에서 발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차원에서 이 장관의 사과를 권고하거나, 장관들에게 경계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정부는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매진해야 하고 모든 관계부처, 모든 공직자들이 그에 맞춰서 판단하고 행동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 장관은 본인의 발언이 계속 논란이 되자 행안부 공지를 통해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만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욱 사고수습에 전념하겠다"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