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집 습격한 괴한…블로그엔 "아우슈비츠 학살은 허구"
“긴장된 관계의 흔적. 창고 살이를 포함한 유랑 생활. ‘어둠에 사로잡힌’ 성격.”
지난 28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자택을 습격한 용의자 데이비드 데파페(42)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30일 이렇게 정리했다. 데파페는 범행 당시 가볍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내달 2일 기소될 전망이라고 수사당국은 밝혔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데파페는 28일 아침 펠로시 의장의 샌프란시스코 자택 뒷문으로 침입해 “낸시는 어디 있느냐”고 소리쳤다. 펠로시 의장은 당시 워싱턴에 있었다. 데파페는 남편 폴 펠로시(82)와 몸싸움을 벌이다 망치로 그를 가격했고, 이후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펠로시 의장은 29일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남편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생명을 위협하는 공격으로 충격을 받았다”며 “수사 및 의료 당국의 신속한 대응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블로그엔 아우슈비츠 부정 글 올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자란 데파페는 10대 때는 유쾌한 아이였다고 한다. 데파페의 계부와 결혼한 테레사 데파페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데파페는 고등학생이었다. 그는 “데파페는 농담과 웃는 걸 좋아하고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재미있는 10대였다”며 “친구도 몇 명 있었지만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좋은 아이였다”라고 했다. 데파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테레사 데파페는 “처음엔 계속 연락을 해봤지만, 답이 없었다”면서 “그 후로는 연락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그가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건 10여년 전부터다. 샌프란시스코 이스트 베이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도시 농장을 운영했다는 린다 슈나이더(65)는 2009년부터 데파페와 알고 지냈다. 데파페는 버클리 지역의 한 창고에서 거주하면서, 슈나이더의 농장 일을 돕고 때때로 집안일도 해줄 만큼 서로 신뢰가 두터웠다. 슈나이더는 “데파페는 은행 창구 직원과 이야기하는 것조차도 부끄러워하는 성격이어서 은행 계좌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여자친구 자녀들 돌본 듯
자상한 면모도 있었다. 데파페는 2000년대 초 11살 연상의 여성 옥산 타우브와 연애하다 몇 년 후 헤어졌지만, 타우브의 딸 인티 곤잘레스에겐 아빠 같은 존재였다. 데파페가 타우브를 만났을 때 타우브는 곤잘레스를 임신 중이었고, 그는 헤어진 후에도 여자친구의 자녀들인 곤잘레스와 두 남동생을 챙겼다고 한다. 곤잘레스는 자신의 블로그에 “그는 어둠의 지배를 받았지만 좋은 점이 분명히 있는 사람이었다”고 썼다. 2013년 샌프란시스코 누드 결혼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타우브는 지난해 스토킹 및 아동납치 미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다.
NYT는 지난 28일 찾은 버클리 소재 타우브의 집은 황폐했지만 10대 소년 두 명이 아직 사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중 한 명은 FBI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데파페는 그 집에 종종 방문했고 타우브가 수감된 이후에도 계속 들렀다고 이웃들은 밝혔다. 이웃인 라이언 라코스테(35)는 NYT에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데파페가 돕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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