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때 그 의사 "1만명 심리치료 시급, 72시간내 체계 만들라"
"사망자의 유가족과 부상자 1000여명이 핵심 치료 대상입니다. 사고 현장 관련자를 포함하면 4000~5000명, 많게는 1만명까지 심리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백종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31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태원 참사 발생 72시간 내 심리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세월호 참사 등 국내 대형 재난의 심리적 치료를 담당한 전문가이다. 백 교수에게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심리 치료의 중요성을 들었다.
Q : 대상자가 얼마나 될까.
A : 1차 대상자는 유가족(사망자당 6명 추정)과 부상자 1000여명이다. 이들이 핵심적인 고위험군이다. 2차로 넓히면 현장 목격자, 구조 참여자 등이 있다. 구조 참여자는 '내가 왜 더 살리지 못했을까'라는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세월호 사고 때 그랬다. 이번에 수많은 사람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이들이 훌륭한 일을 했는데도 살리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트라우마를 겪으면 안 된다.
Q : 구조인력은 어떤가.
A : 경찰과 소방인력은 훈련을 받아서 상대적으로 트라우마가 덜하긴 하다. 하지만 이들 중에도 오래 가는 사람이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경찰과 소방인력도 아이나 젊은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면 상처가 오래간다고 한다. 이들까지 챙겨야 한다.
백 교수는 "현장에서 시신이나 심폐소생술(CPR) 모습을 본 사람이 수천 명 될 것이다. 1,2,3차 관련자가 최대 1만명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Q : 세월호 참사 때처럼 온 국민이 트라우마 증세를 보인다.
A : 간접 외상, 대리 외상으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이나 젊은 층이 피해를 보면 모든 세대가 영향을 받는다. 사망자가 10명만 생겨도 영향을 받는데, 154명에 달하니 오죽하겠느냐. 언론은 보도준칙을 잘 따르고 있지만, SNS에서 부적절한 영상이나 사진이 많이 나돈다. 그런 것에 노출되면 상당한 영향을 못한다.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된 피해자나 시신 사진, 일부 유튜버의 자극적 방송 등이 문제다.
Q : 일반인도 힘들어한다.
A : 이번 사고를 생각만 해도 우울해질 수 있다.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런 증세가 심해진다. 몇 단계 건너면 사망자가 아는 사람일 수 있다. 이럴 경우 슬픔이 더 커진다. 불면증이나 우울·불안·분노 등의 감정이 계속 조절되지 않아 일상생활과 직업 활동에 영향이 생기면 정신건강 상담 전화(1577-0199)를 찾는 게 좋다. 전문요원의 상담을 받고 필요한 서비스 기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Q : 우울증 환자는 어떤가.
A : 원래 우울증을 앓던 사람은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사고 당일부터 바로 나타난다. 이번 사고뿐 아니라 본인의 트라우마도 새롭게 떠올린다. 어떤 이는 우울증이 재발한다. 외상 관련 장애가 있는 사람은 더 유의해야 한다. 기존 우울증 환자에게 증세가 생기면 즉각 주치의를 찾아야 한다.
Q :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 : 슬픔과 불안은 정상적 반응이다. 초반에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대화하고 도움을 받으면 80~90%가 회복한다.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신체를 응급처치하듯 심리적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한 달 이상 슬픔이 지속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된다. 재난 심리치료도 골든타임이 있다. 애도 과정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유가족을 잘 위로해 만성화하지 않게 해야 한다. 심리지원이 72시간 이내에 세팅돼야 한다.
백 교수는 "재난 극복에 필요한 자본 중 신뢰 자본이 매우 중요하다. 혐오를 유포하고 피해자를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나 책임자도 발언에 신중해야 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잘못된 발언이 2, 3차 피해를 불러온다. 우리 사회의 신뢰 자본을 갉아먹어선 안 된다. 재발 방지책도 민첩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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