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밀어! 밀어!' 외친 토끼 머리띠 남성, 문 잠근 상인 모두 조사할 것"
"SNS에 올라온 영상까지 정밀하게 수사 방침"…경찰, 이태원 골목길 인근 CCTV 52대 분석中
홍기현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 예견 못했고 인파 급증 못 느껴…판단에 아쉬움"
"4~5개 권역 나눠 관리…사고 난 골목 통제 별도 조치 없었다"
경찰이 이태원 압사 참사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대규모 인명피해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특히, 사고 현장에서 '누군가 고의로 밀어서 사고가 났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경찰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31일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까지 부상자·목격자·이태원 사고 골목길 인근 상인과 종업원 등 총 44명을 조사했다"며 "이제 막 수사가 본격화하는 만큼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154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골목길 인근 CCTV 52대를 확보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남 본부장은 "현재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475명의 인력을 투입해 사건을 분석하고 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까지 파악해 정밀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수사 초기단계인 만큼 현재까지 범죄 혐의가 발견돼 입건된 인물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밀어"를 외쳐 혼란을 야기한 인물들과 압사사고 와중에 건물을 걸어 잠근 상인들까지 전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SNS에는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이 "밀어"를 외치며 힘껏 미는 모습의 영상이 공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희중 경찰청 형사국장은 "조사 이후 결과에 따라서 (사법) 처리할 것"이라면서 "현장 목격자들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김 국장은 "상황이 되면 강제수사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을 갖고 "상당한 인원이 모일 것은 예견했다"면서도 "다수 인원의 운집으로 인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예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 국장은 올해 핼러윈 축제 인파에 대해 "과거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은 인원이 모였지만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모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급작스러운 인파 급증은 못 느꼈다고 한다"면서도 "판단에 대한 아쉬움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핼러윈 기간 배치된 인력이 37∼90명 수준이었지만 압사 참사가 일어난 지난 29일은 137명을 투입했다고 강조했다.
홍 국장은 "지역경찰 인력을 증원하고 교통·형사·외사 기능으로 합동 순찰팀을 구성했을 뿐 아니라, 시·도청 인력까지 포함한 수준으로 투입했다"며 "올해뿐 아니라 과거에도 현장 통제보다는 불법단속과 범죄예방, 교통소통에 중점을 뒀다"고 해명했다.
당초 용산경찰서가 현장에 200명을 투입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데 대해서는 "사흘 동안 배치하는 인력을 연인원으로 계산해 200명 이상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홍 국장은 "(사고 당일 이태원 일대를) 4∼5개 권역으로 나눠 관리했다"며 "(사고가 난 골목 통제와 관련한) 별도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2017년에는 경찰이 저지선을 치고 통제했다는 지적에 대해 "폴리스라인이 있다고 해서 모두 통제라고 볼 수는 없다"며 "당시에는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해당 골목을 통제하는 모습이라며 돌아다니는 동영상과 관련해서는 "QR코드를 체크하는 방역 게이트"라고 반박했다.
홍 국장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처럼 명확한 주최자 없이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상황을 대비한 경찰 매뉴얼은 없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리 주체는 없으나 다중 운집이 예상되는 경우 공공부문이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인지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공권력을 체계적으로 작동해 재발을 막는 데 목표를 두고 (매뉴얼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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