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조개 등 생태 되살아난 금호강... "토건사업 안돼"

정수근 2022. 10. 3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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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금호강 난개발 저지 공대위' 활동가들, 강 현장답사... 환경부, 새 길 낼 필요 없어

[정수근 기자]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대위 대표 및 집행위원과 활동가들이 금호강 팔현습지 현장답사에 나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29일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이하 금호강 공대위) 대표와 집행위원, 활동가들이 금호강 팔현습지 일대의 현장답사에 나섰다. 이들은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계획하고 있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내걸고 싸우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벌이려는 사업이 전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토건사업 위주의 하천개발 사업"이란 것이다. "어떻게 생태환경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환경부가, 하천 환경을 망치는 토건공사를 나서서 계획할 수 있냐"는 것이다.
  
팔현습지 현장답사에 나선 환경단체 활동가들 
 
 공사 계획 간략 노선도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자전거길 간단 노선 설명. 저 생태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무제부 구간에 길을 내겠다는 환경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번 사업계획의 주된 내용은 고모1제와 고모2제의 제방 확장사업과 산지로 구성돼 있어서 제방이 필요없는 곳(무제부) 앞으로 교량식 자전거도로를 내는 것이다. 즉 제방 마루의 폭을 현 5미터에서 7미터까지 넓히는 초대형 슈퍼 제방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산과 강이 연결된, 즉 생태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공간에다가 그 앞으로 길을 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이미 튼튼히 만들어져 있는 제방을 꼭 보강하고 넓힐 필요가 있느냐, 설혹 홍수가 나봐야 민가도 거의 없는 곳이라 피해도 크게 없다"란 것이고, "야생동물들이 깃들어 살고 있는 생태적으로 아주 중요하고 민감한 공간으로 꼭 탐방로를 내어야 하겠냐"는 것이다. "이런 사업을 환경부가 나서서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차량 통행만 제한하면 별도 슈퍼 제방 조성 필요 없어

이날 현장답사는 이런 쟁점들을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이들은 먼저 팔현습지로 들어가는 초입의 수성패밀리파크에 모여서 습지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처음 만나는 것이 고모1제 제방이다.
 
 이미 잘 닦여진 제방길 위로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산책하는 사람들과 자전거 때문이라도 차량 통행은 제한되어아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미 제방 폭 5미터라 충분하다. 이 길을 7미터까지 확장하겠다고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오전 9시, 제방에 오르자 벌써 많은 이들이 산책을 나와 걷고 있고, 자전거를 탄 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뒤를 승용차가 한 대 지나간다. 그랬다. 이 제방은 차량 통행을 허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자전거들이 달리는 와중에 차량까지 지나다니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는데 차량이 오면 그 차량을 피해 걸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민원이 발생할 만한 상황으로 보였다. 산책로를 만들어달라는 일부 민원은 그렇게 해서 들어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민원에 부응하고자 환경부는 제방길을 넓히겠다는 계획이고 말이다.

그러나 활동가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꼭 수백억을 예산을 들여 제방을 넓히지 않고도 그런 민원을 해결할 방법은 있다고 한다. '금호강 공대위' 박호석 대표는 말한다.

"차량 통행을 제한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많은 차들이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길이 이 길뿐인 것도 아닌데, 굳이 차량 통행을 허용할 이유가 없다. 차량 통행만 별도로 제한하면 굳이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제방 길을 넓힐 필요도 없고 산책로를 만들 이유도 없다."

새로 길 내겠다는 환경부... 그게 최선일까

이들은 제방길을 벗어나 이번에는 자전거 교량길을 내겠다는 현장으로 향했다. 제방이 끝이 나자 파크골프장이 나오고 넓은 공터에 국화꽃이 만발해 있다. "이런 습지에 무슨 파크골프장인가?"라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의장의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수성구청에서 넓은 초지들을 없애고 꽃밭을 조성해뒀다. 이것은 저 안쪽으로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전국 하천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는 파크골프장이, 생태적으로 중요한 이 습지에 들어선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일대는 수성구청에서 말 그대로 공원으로 꾸미고 있는 곳이다. 그 영역은 점점 확대돼 산지 턱밑으로까지 연장돼 있었고, 저 안쪽 깊숙한 곳으로까지 확장하고 있었다. 이곳이 유명한 습지였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꽃밭으로 조성되고 있었다. 야생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정원은 안쪽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나 이 일대는 산과 강이 연결돼 생태적으로 아주 민감하고 중요한 공간이란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야생동물들은 산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물을 마시기 위해서 반드시 강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이 일대는 생태적으로 아주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야생의 길목인 셈이다.
이들은 "설상가상, 이런 공간에 자전거길을 내겠다는 것이 지금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벌이고 있는 짓"이라며 비판한다. 한마디로 "(새로 길을 내겠다는 것은) 환경부로서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산과 아름드리 왕버들과 강이 만나 마치 비밀의 정원을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았다. 꽃밭이 끝이 나고 그나마 남은 야생의 영역이 시작되었다. 초지가 있고 그 뒤로 아름드리 나무들도 보인다. 가장 안쪽에 이르자 마치 작은 정글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숲이 훌륭했다. 이승렬 의장이 다시 탄식하듯 낮은 목소리로 내뱉는다.

"여기 정말 환상적이네, 이런 곳이 있었다니. 그런데 이런 곳에 길을 내겠다니 정말 말이 안 되는 짓을 벌이고 있구만, 이 나라 환경부가."

숲과 물이 만나 이루어놓은, 아름답고도 조화로운 풍경 앞에서 다들 잠시 할 말을 잊을 정도였다. 참가자들 사이 찾아온 잠시간의 정적을 잉어의 꼬리짓이 깨워주었다. 성인남성 팔뚝만한 잉어들이 유유히 유영하는 모습이 보이고, 강물 속에는 어른 주먹만한 조개들이 물 속에 점점이 박혀 있다. 저 멀리에는 백로와 오리들도 보인다.
 
 어른 주먹 만한 조개들이 지천으로 널렸다. 강바닥 생태계가 훌륭히 되살아났다는 증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적으로 너무나 완벽한 모습이었다. 이런 곳에 저전거도로라니. 생태를 전혀 모르는 이들이 봐도 이건 너무 심하다 싶었다. 이런 사업을 환경부가 나서서 하겠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들은 돌아서 나오면서 강변을 걸었다. 강 가장자리를 따라 왕버들이 자라나 멋진 하천숲을 이루고 있었다. 이른바 팔현습지에 들어선 것이다.
 
 강 가장자리를 따라 팔현습지로 향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하천숲과 강이 조화롭게 만나 어우러진 팔현습지를 공대위 활동가들이 둘러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이 습지 한가운데 교량이 하나 놓여 있었다. 교량엔 많은 사람들과 자전거들이 오가고 있다. 바로 맞은 편인 동촌에서 이곳 수성구 팔현습지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동구청에서 몇해 전 내어준 것이다.

이 교량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편리한 길일 수 있지만, 야생의 입장에선 큰 교란 행위가 생겨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용하던 곳에 사람이 갑자기 많이 드나든다는 것은, 야생동물들에겐 스트레스 요인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길을 통해 자전거도로도 연결돼 있다. 이 길 대신에 바로 아래 화랑교까지 바로 연결되는 자전거길을 내어주겠다는 것이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발상인 것이다. 방향이 반대이긴 하지만 이미 자전거길이 있는데도, 굳이 생태적으로 매우 훌륭한 곳으로 자전거길을 다시 내어서 시간을 단축시켜주겠다는 것이 지금 환경부의 친절한 계획인 셈이다.
 
 동구 방촌 마을과 수성구 팔현습지를 잇는 교량. 자전거들은 이 교량을 이용해서 잘 다니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건 지나친 욕심이다. 이미 (인간 편의 시설이) 너무나 잘 조성되어 있고 이미 충분한 장소다. 여기에 더이상 인간 중심에서 시작되는 토건 사업을 하는 것은 반대한다. 이곳은 새들과 조개류와 물살이들과 사람들이 지금 이대로 공존을 존중하면 좋을 곳이다."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공동대표 장수연 목사의 말이다. 그런 장 목사의 말을 호응이라도 하는 듯, 강물 속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마치 시위를 하는 것처럼 도열해 올라오고 있었다.
 
 수많은 물고기들이 마치 시위라도 하는 듯 올라오고 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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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4대강을 재자연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우리 강의 회생과 복원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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