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머리띠男 '밀어' 외쳤다"…목격자 조사에 CCTV 52대 뒤진다

위문희, 서진형 2022. 10. 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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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이 사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CC) TV와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 CCTV뿐만 아니라 사설 CCTV까지 42개소, 52대를 확보해서 분석하고 있다. SNS 영상물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 중”이라며 “목격자와 부상자 등 총 44명을 현재까지 조사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3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명예훼손 혐의 6건 내사 착수


지난 29일 밤 이태원 참사는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길에 순식간에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했다. 최초 사고 발생 원인과 관련해선 일부 시민이 앞사람을 밀었다거나 유명인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 SNS에는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이 “밀어”를 외치는 모습의 영상까지 공개됐다. 남 본부장은 “목격자 조사, 영상 분석 등을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목격자에 대한 추가 조사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까지 범죄 혐의 적용을 검토할만한 입건 대상은 없다고 남 본부장은 덧붙였다.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게시글 6건에 대해선 관할 시·도경찰청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남은 사망자 1명 신원확인 완료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사망자 154명 전원에 대한 신원 확인을 완료했다. 전날까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1명은 40대 후반의 내국인 여성으로 밝혀졌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사망자 154명은 여성 99명, 남성 55명이다. 14개국 26명의 외국인 사망자가 포함됐다. 부상자 149명은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으로 분류된다. 경찰은 사망자에 대한 부검은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남 본부장은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이고, 영상 자료가 워낙 많이 있기 때문에 부검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유족들이 원하면 부검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고 경위와 관련해 마약 범죄 혐의점이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원의 합동 현장감식도 진행됐다. 경찰은 “사고 현장의 입체적인 계측과 현장 훼손에 대응하기 위해 3D 스캐너를 사용해 현장을 정밀 촬영, 계측, 저장했다”며 “이번 감식은 사고 당시의 밀집도 및 위험도 분석 등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 있을 경우엔 체계적으로 대응”


이날 간담회에선 경찰이 사고 사흘 전(10월 26일)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이태원역장 등과 간담회를 하고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주최 측이 있을 경우엔 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의료 등 유관 기관들이 사전에 역할 분담을 해서 체계적으로 대응해왔다”면서도 “주최 측이 없는 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의 관련 매뉴얼은 없다. 이번 사고는 그런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답했다.

다만 경찰은 지난 29일 당일 투입된 경찰 인력이 137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7~2021년 30~90명 수준과 비교해서 적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투입된 경찰 대부분이 교통 통제나 순찰, 마약류 단속 등의 활동을 벌인 데 대해 경찰 관계자는 “올해뿐 아니라 과거에도 현장 통제보다는 불법단속과 범죄예방, 교통소통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참사가 벌어진 골목길이 지난해 핼러윈 당시엔 우측통행으로 통제되고 있는 사진도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에 일방으로 인파가 흐르는 듯한 모습이 모였던 것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QR코드 스캔에 따라 움직이니까 사람들의 흐름이 일방통행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올해도 해당 골목에 대한 통제는 없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주최자가 없고, 다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공공부문이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인지 대응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며 “경찰도 공권력을 체계적으로 작동해 이번 사안과 같은 재발 방지에 목표를 두고 (매뉴얼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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