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 밀어” 고의로 민 사람 있었다면 처벌 가능할까?

과실치사 등 혐의 적용 가능 … 인명 피해와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경찰, 사고 원인 규명 위해 주변 CCTV 정밀 분석 중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경찰이 이태원 참사의 최초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선 가운데 특정 무리가 고의로 사람들을 밀면서 이같은 참사가 벌어졌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정 인물이 고의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과실치사 혹은 폭행치사상 혐의 등이 적용될 수 있지만, 인명 피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난관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29일 밤 사고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 A씨는 3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누군가 고의로 밀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남녀 네다섯명이 '밀어라' 이런 말을 시작했다"며 "그 이후에는 여러 사람이 그 말을 따라하고 미는 압박이 강해져 결국 제 뒤까지 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뒤에서는 자신들이 '밀어, 밀어'라고 외치고 있는 데다 노랫소리도 커서 앞쪽에 많은 분이 '뒤로, 뒤로' (외치는 소리를) 못 들었던 것 같다"며 "(당시 현장이 몹시 시끄러워) 앞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사람들이 신나서 지르는 줄 알고 더 밀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이번 참사가 커진 원인을 세 가지로 지목했다. 그는 "우선 가게들의 너무 큰 노랫소리 탓에 의사소통 불편, 둘째로는 좁은 도로의 특성상 사람이 몰리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서 어떤 상황인지 빠르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뒤에서 앞으로 가기 위해 민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특정 인물이 고의로 밀었다는 주장은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나왔다. 주로 5~6명의 남성 무리가 "밀어" "우리가 더 힘세"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밀었고, 이 때문에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했다는 취지의 증언이었다. 무리 중 한 명이 토끼 머리띠를 착용했다는 등의 목격담도 있었다.

고의로 사람들을 밀어 넘어지게 한 인물이 특정되면 과실치사 혹은 폭행치사상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경찰 합동 감식에서) 특히 책임 소재 규명이 중요하다"며 "'어떻게 위험 요소가 발생했을까', '자연적으로 떠밀린 것인가 아니면 인위적으로 누가 밀어서 압사당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는가' 이 부분을 밝혀내기 위해 경찰에서 지금 신속 디지털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이어 "(누군가) '밀어, 밀어'하면서 악의적으로 밀었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오고 있다"며 "악의적으로 밀었는가, 아니면 그냥 장난으로 밀었지만 상해와 사망으로 이르게 한 사고가 발생한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하기 때문에 경찰에서 수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사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데다 인명 피해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정 업체의 행사장에서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적용될 수 있지만 이태원 참사의 경우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축제에서 인파가 몰리며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 경우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염 교수는 전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누구를 위해를 가할 의도로 밀었다면 고의 상해나 살인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해 등 죄목이 적용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참사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지하도에서 떠밀려가듯 떠밀려버린 것"이라며 특정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봤다.

경찰은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사고 현장 일대 폐쇄회로(CC)TV 영상 증거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날 경찰은 이태원 골목길 CCTV 52대를 확보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