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죽은 아이들, 내 손주 같아"…합동분향소 추모 물결

김하나 2022. 10. 3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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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오전 4시 30분 KTX를 타고 올라왔다는 정지욱(41)씨는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단순히 이태원 클럽에서 놀다 사고에 휘말린 줄 알고 '그렇게 사람 많은 곳을 왜 갔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후 그런 생각을 한 게 너무 미안했다"며 "나는 직업 군인 출신이라 구급법 교육도 받아 심폐소생술도 할 줄 아는데 내가 현장에 있었다면 한 분이라도 더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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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시민들 "그렇게 사람 많은 곳을 왜 갔나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 한 게 너무 미안해"
"지인 여자친구도 사망, 하루종일 울었다고 들어…다른 친구들도 충격으로 일 손에 안 잡혀"
"너무 애달파서 아침 일찍 올라와" "너무 짧은 인생들 살다갔다, 다른 곳에서 마음 편히 쉬길"
"세월호 같은 일 자꾸 일어나 안타까워" "정치인들은 늘 참사 겪은 뒤에야 뭘 바꾸겠다고 난리"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31일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오전 4시 30분 KTX를 타고 올라왔다는 정지욱(41)씨는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단순히 이태원 클럽에서 놀다 사고에 휘말린 줄 알고 '그렇게 사람 많은 곳을 왜 갔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후 그런 생각을 한 게 너무 미안했다"며 "나는 직업 군인 출신이라 구급법 교육도 받아 심폐소생술도 할 줄 아는데 내가 현장에 있었다면 한 분이라도 더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추모를 위해 서울광장을 방문한 곽영준(29)씨는 "이태원 압사 사고가 난 날 이태원을 가려고 했다가 약속이 취소됐는데 아찔했다"며 "그 일이 내 일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너무 놀랐고 미안한 감정도 들어 마음이 복잡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태원을 애초에 왜 갔나'라고 비난하던데, 사람들이 죽었지 않나. 당연히 추모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고로 지인의 여자친구도 죽었다. 지인은 하루종일 울었다고 들었다. 다른 친구들도 충격을 먹어 도무지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한다"고 전했다.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며 오열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금천구에서 추모를 위해 방문한 김종홍(81)씨는 "당일 경찰 인력을 안배해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너무 안타깝다"며 "가족들 마음은 얼마나 그렇겠나.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내 손자들과 다름없다. 아이들이 불쌍하니 국화 대신 예수님 십자가를 놔주고 싶다. 너무 짧은 인생들을 살다 갔으니 다른 곳에서 마음 편히 즐겁게 살라는 마음으로 추모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화순(79)씨는 "죽은 아이들이 모두 손자 같고 손녀 같다"며 "너무 애달파서 천안에서 아침 7시40분 차를 타고 4명이서 같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조문을 위해 합동분향소를 찾은 정원우(25)씨는 "피해자 중 광주 출신도 3명이 있던데 사는 지역을 보니 내가 살았던 광주 금호동으로 거주지까지 같아 꼭 아는 사람이 사망한 것 같아 올라오게 됐다"며 "나는 세월호 세대다.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자꾸 일어나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을 찾아온 일부 정치인들을 본 정씨는 "정치인들이 참사를 겪고 나면 꼭 무엇인가를 바꾸겠다고 말하는데 잘못됐다. 미리 방지할 기회가 여러차례 있었을텐데 SPC 사건도 그렇고, 꼭 사건이 다 터진 뒤에야 나선다"고 비판했다.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기 위해 가져온 조각품.ⓒ데일리안

곽모(53)씨는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에서 시신을 건져올리는 작업도 했고, 대구 지하철 참사에 가서도 대피하는 데 도움을 줬고, 8년 전 세월호 사건 때도 물속에 들어가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도왔는데 그 때 생각이 나서 분향소에 왔다"며 "이태원 사고 현장을 가서도 참배했다. 오늘은 하루종일 영혼들과 함께 있으려고 한다. 이번 사건은 너무나 원통하다. 현장에 가보니 골목이 너무 좁았는데 경찰 인력이 조금만 움직였으면 이런 사고가 안났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곳곳에는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분향소가 마련됐다. 서울시는 31일부터 국가애도기간인 11월 5일까지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이고,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관할 구청인 용산구는도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1월 5일까지 녹사평역 광장에 합동분향소를 24시간 운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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