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시즌 마무리' SSG-'반란 완성' 키움의 격돌
[양형석 기자]
KBO리그 역사에는 소위 '왕조시대'를 누린 많은 강팀들이 있었다. 특히 2018년 정규리그 역대 최다승 타이기록(93승)을 세웠던 두산 베어스는 2위 SK 와이번스에게 무려 14.5경기나 앞섰다. 하지만 그렇게 완벽한 시즌을 보냈던 두산조차도 시즌 중에는 최소 한 번 이상 2위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만큼 시즌 내내 절대강자로 군림하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2022년의 SSG랜더스는 KBO리그 역사에서 그 어떤 팀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달성했다. 개막 11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한 SSG는 지난 4일 2위 LG트윈스가 KIA 타이거즈에게 패하면서 정규리그 개막부터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SSG는 구단 인수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해 완전무결했던 2022 시즌의 '화룡점정'을 찍으려 한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 플레이오프에서 LG를 완파한 키움 히어로즈의 기세도 결코 만만치 않다. 플레이오프 종료 후 한국시리즈까지 3일의 휴식이 있었던 키움은 충분한 체력과 가을야구의 상승세를 앞세워 창단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 어느 팀이 승리해도 드라마가 될 2022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 경기 승리를 통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을 팀은 어디일까.
[SSG랜더스]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왕조' 연다
작년 1월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이마트에서 SK와이번스 구단을 인수해 SSG랜더스를 창단할 때만 해도 SSG가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이 될 거라 예상한 야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SSG는 구단을 인수하자마자 빅리그에서 16년 동안 활약한 '추추트레인' 추신수를 영입하며 팀의 구심점을 마련했고 2020년 .357에 불과했던 승률을 작년 .508(66승14무64패)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전력보강을 위한 SSG의 노력은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2년 간 활약했던 'KK' 김광현의 복귀로 이어졌다. 김광현은 빅리그 출신의 대투수답게 복귀 첫 시즌부터 13승3패 평균자책점2.13의 성적으로 외국인 선수 윌머 폰트와 함께 SSG의 선발진을 이끌었다. 여기에 시즌 중반 이반 노바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숀 모리만도가 12경기에서 7승1패1.67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SSG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 확실한 선발 트로이카를 구축했다.
SSG는 정규리그에서 선발 평균자책점 2위(3.44)를 기록한 반면에 불펜 평균자책점은 6위(4.68)에 머물렀다. 실제 SSG의 불펜에는 30이닝 이상 소화하면서 2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불펜투수가 한 명도 없다.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불혹이 되는 노경은이 후반기 불펜에이스로 활약했을 만큼 SSG의 불펜은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다. 불펜의 시한폭탄이 한국시리즈에서 폭발한다면 SSG가 크게 고전하는 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규리그 팀 홈런(138개), 팀 타점(682개) 1위에 빛나는 SSG의 공격력은 김원형 감독과 SSG팬들이 '믿는 구석'이다. 최정과 한유섬으로 구성된 중심타선은 다소 부진한 시즌을 보냈음에도 정규리그에서 47홈런187타점을 합작했고 외국인 선수 후안 라가레스 역시 49경기에서 .315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시즌 막판 늑골부상을 당하며 정규리그를 일찍 마감했던 추신수도 착실히 회복해 한국시리즈에서 무난하게 복귀할 예정이다.
SSG는 SK시절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구축하기도 했지만 사실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내년이면 추신수와 김강민이 한국나이로 42세가 되고 시즌 12승을 따낸 노경은의 깜짝 활약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SSG가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만족하지 말고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키움 히어로즈] KS 우승으로 '언더독 반란' 완성한다
키움은 2019년 포스트시즌에서 KIA와 LG, SK를 차례로 꺾고 파죽지세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리그에서 두산과 승차 없이 상대전적에서 뒤져 2위를 기록한 SK에게 3연승을 거두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하지만 키움은 두산을 상대한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한 끝에 내리 4연패를 기록하며 2014년에 이어 또 한 번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3년 전 분루를 삼켰던 키움에게 올 시즌 또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kt, 플레이오프에서 LG를 차례로 꺾고 창단 후 3번째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이겨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1패 뒤 3연승을 따내는 등 야구팬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한 저력을 보여줬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는 만큼 경험적인 측면에서도 SSG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
준플레이오프 MVP 안우진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6이닝2실점 호투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키움은 플레이오프를 4경기 만에 끝내면서 한국시리즈에서 에릭 요키시-안우진-타일러 애플러로 이어지는 선발로테이션을 정상가동할 수 있다. 여기에 플레이오프에서 실점 없이 3세이브를 챙긴 마무리 김재웅과 포스트 시즌 깜짝스타로 떠오른 김동혁이 이끄는 불펜진 역시 가을야구를 거듭하면서 점점 좋은 컨디션을 뽐내고 있다.
현존하는 KBO리그 최고의 타자 이정후는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6타수8안타(타율 .500) 1홈런2타점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이정후 외에도 야시엘 푸이그(타율 .462 2홈런5타점)와 김혜성(타율 .375 4타점), 김태진( 타율 .357 2타점) 등 나머지 중심타자들도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극적인 결승 투런포를 터트린 키움 타선의 '히든카드' 임지열도 한국시리즈를 위한 방망이 예열을 마쳤다.
키움은 지난 겨울 팀의 유력한 첫 영구결번 후보였던 박병호(kt)를 붙잡지 못했고 지난 4월에도 KIA와 현금 10억 원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포수 박동원을 내보낸 바 있다. 하지만 키움은 주력 선수를 내보낼 정도로 어려운 살림에도 올해 3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KBO리그 투타 최고의 선수와 빅리그 출신 스타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올해야말로 키움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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