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한명이라도 줄일 CPR…"도와달라 외쳐도 구경만"

박건, 이수민 2022. 10. 3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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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만 말고 좀 도와달라’고 외쳐도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더 많았어요. 심폐소생술(CPR) 제대로 할 줄 아는 분이 더 많았으면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지 않았을까요.”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현직 간호사 이다운(24)씨는 초기 대응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친구들과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던 이씨는 “현장에서 ‘여자분들 중에 간호사 계시냐’는 얘기가 들리자마자 바로 CPR을 시작했다”며 “대부분은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고 말했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시민들이 의식잃은 환자들을 심폐소생술(CPR)하며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뉴스1


늦어진 CPR, 피해 키웠다


현장에 있었던 대부분의 의료진은 CPR 등 기본적인 응급 처치가 지연된 걸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꼽았다. 이시진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망 원인을 일괄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외상성 질식사를 주요 원인으로 가정한다면 CPR이 매우 중요하다”며 “좁은 골목에 끼어 있고 눌려 있어서 구출도, CPR 제공도 늦어지면서 안타깝게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CPR이 늦어지면서 구급대가 본격적인 구조에 나섰을 땐 대부분의 환자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 A씨는 “내가 병원으로 이송했던 환자는 누가 봐도 지연 환자(이미 사망했거나 치료를 해도 생존 가능성이 없는 환자)였다”며 “거리에 누워 있는 환자가 사망한 상태인 줄 모르고 계속 가슴 압박을 하는 일반 시민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의료계는 심정지 상태 환자가 살 수 있는 ‘골든타임’을 4분으로 본다. 4분 내로 심장박동이 돌아오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의미다. 급박한 현장에서 신속한 CPR이 중요한 이유다. 이태원 현장에서도 더 많은 시민이 적극적으로 CPR에 나섰으면 사망자를 1명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숙련되지 않은 일반인은 혼자서 오래 CPR을 할 수 없어 2명이 교대로 해야 한다”며 “현장 의료인력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시민들의 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압사 사고 사망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교육·인식 개선해 시민 참여 유도해야


CPR을 포함한 기초 안전 교육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교육 과정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이 듣는 정규 과목 ‘안전한 생활’은 3학년이 되면 ‘도덕’에 편입된다. 이마저도 4학년부터는 안전 관련 내용이 정규 과목에서 사라진다. 고등학교까지 실습 위주로 안전 관련 교육을 의무화한 미국 등 선진국과는 차이가 난다.

공 교수는 “우리나라는 CPR 관련 교육이 잘 이뤄지는 편에 속하지만, 일시적인 교육이라 실제 상황에서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속적으로 올바른 CPR 방법을 영상이나 시청각 자료 등으로 배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응급 환자 구조에 나설 수 있게 정부가 관련법 홍보 등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응급 처치 중 환자가 다쳐서 그 피해가 자신에게 돌아올까 봐 소극적으로 나서는 시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응급의료법상 의료종사자가 아닌 사람이 응급 처치 도중 재산상 손해나 신체 상해를 낸다고 해도 고의가 아니었거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박건·이수민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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