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삼성 없인 살아도 카카오 없인 못 살아"
[이영광 기자]
지난 15일 오후 카카오의 메인 서버 기능이 중단됐다.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되자 곳곳에서 불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대한민국 전체가 멈춘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카카오 메인 서버기능이 중단된 건 판교 데이터센터 지하에 화재가 발생해 센터 전체에 전력 공급이 차단됐기 때문. 6시간 만에 데이터센터의 화재는 진압됐지만 카카오는 그 이후로도 한참 먹통이 됐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걸까.
지난 21일 KBS 1TV <시사 직격> '국민 앱이 멈췄다-카카오 블랙아웃' 편이 방송되었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가 일어났을 당시 상황 설명으로 시작된 이날 방송은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피해를 본 택시 기사와 자영업자들 이야기로 꾸며졌다. 미흡한 후속 조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 KBS |
다음은 정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제가 <시사 직격> 와서 2주 만에 긴급으로 프로그램하게 돼서 정신이 없었고요. 밤늦게까지 계속 취재와 촬영, 편집까지 하느라고 몸은 힘들었는데 보람이 있었어요. 또 카카오 먹통 사태가 일어나자마자 어떤 방송사보다 빨리 시사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한테 다가간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카카오 사태 이후) 저녁에 택시를 타고 가면서 (기사분께) 여쭤봤죠. '그때 혹시 운행 하셨냐? 금전적인 손해를 얼마나 보셨냐'라고 물었고 기사분께서 '평소 하루에 20만 원 번다면 그날은 얼마를 벌었다'라고 말씀하셨죠. 현실 속 불편함이라는 걸 느꼈어요. 우리는 그냥 불편하고 말았지만, 특히 카카오로 돈을 벌어서 생업을 유지하는 분들에겐 진짜 생계가 달린 문제였죠. 택시기사님들 인터뷰를 끝낸 다음 길거리에 있는 시민들 인터뷰를 했는데요. 홍대에 갔는데 젊은 친구들이 많잖아요. 대학생들 같은 경우 팀 프로젝트 하다가 카카오가 끊겨서 과제를 하는데 불편했다는 친구도 있었고요. 택시가 안 잡혀서 5분이면 가는 거리를 30여 분 동안 걸어갔다는 친구도 있었고요."
- 카카오가 먹통 되니 나라 전체가 멈춘 거 같았거든요. 카카오가 단순히 메신저 기능만 하는 게 아니란 걸 새삼 깨닫게 되었던 거 같아요.
"맞아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카카오T, 택시, 대리운전, 퀵 배달, 꽃집, 헤어숍 등 생활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카카오가 다 쥐고 있다는 걸 그때 새삼 깨달았어요. 우리가 '삼성공화국'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카카오공화국'은 이번에 거의 처음 나온 이야기 같아요. 오히려 '삼성은 없어도 살지만, 카카오 없이는 못 사는구나'란 거죠."
- '카카오 공화국'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잖아요.
"바람직하지 않죠. 이건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여야가 다 한목소리로 문제라는 거예요. 근데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대통령은 제도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제도적으로 무슨 조치를 취한다는 건지 아직 명확하지 않아요. 카카오 같은 경우 인터뷰에도 나왔듯이 애초에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에 더 이상 경쟁자가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됐거든요. 그러면 결국 이걸 국유화하는 방식이 있을 테죠. 독점을 없애고자 노력은 하겠지만 어떻게 해결이 될지 모르니 답답한 것 같아요."
- 카카오는 화재를 예상할 수 없었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화재 대비 플랜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불이 날 걸 예상 못 한 건 맞아요. 근데 사실 화재는 어디에서나 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그걸 예측 못 했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죠. 예측했더라면 서버를 하나만 두지 않고 여러 개로 분산시켰어야죠. 문제는 그게 비용이 많이 들어요."
- 카카오는 네 곳에 데이터를 분산했다고 하잖아요.
"네 곳에 분산한 건 맞다고 해요. 근데 그중에 불이 난 SK C&C에 모든 핵심 서버들이 다 몰려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다른 데서 불이 났으면 괜찮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핵심 시설에서 불이 나니 피해가 컸죠."
- 네이버나 외국의 다른 빅테크 회사들은 어떤가요?
"외국 같은 경우는 선진화돼 있다고 하면 조금 그렇겠지만 고객의 개인 정보나 고객에 서버 공급을 해 줄 수 있는 지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방송에도 나왔지만 훈련 같은 것도 굉장히 체계적으로 하고요. 네이버 같은 경우도 따로 별도의 데이터 센터를 만들어 놨어요. 그리고 분산도 잘 돼 있어서 네이버도 물론 피해가 있긴 했지만 바로 복구가 됐고 그 피해 범위도 굉장히 좁았죠."
"20대 국회에서 얘기 하다 말고 21대로 넘겨서 마무리가 되지 않은 건 맞아요. 물론 지금보다 그 피해가 조금 더 줄어들었을 수도 있겠죠. 근데 어쨌든 민간 사업자들 사이에 이권이 걸려있는 문제죠. 예를 들어서 카카오가 서버를 분산시키는 것도 비용의 문제예요. 그걸 국가에서 해줄 게 아니라 카카오가 자비를 들여서 해야 되는 거잖아요. 물론 법으로 강제를 하자는 거죠. 그렇게 되면 통신사들의 반발이 있을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SK C&C 같은 경우도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이 데이터 센터를 따로 만드는 것보다 자신들에게 데이터 서버를 위탁해 주는 걸 훨씬 선호하죠. 그래야 돈을 버니까요. 통신사들 사이에도 큰 카르텔이 형성돼 있거든요. 이 법이 제정되면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은 나이브한 거고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빅테크의 역사가 길지 않죠. 앞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지요. 이 법안 처리가 안 돼서 일이 커졌다고 하면 조금 비약이 아닐까요."
▲ KBS 1TV <시사 직격> 정용재 PD |
ⓒ 이영광 |
- 카카오의 후속 조치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카카오가 마련한 대책은 옛날에 이미 세워놓은 대책이라서 사실 이 사건에 대한 대책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해요. 그래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조치에 매진하겠다고 했잖아요. 이제부터 시작이라서 지켜봐야 될 것 같은데 카카오톡 지갑에서 알림이 몇 개 왔어요. 근데 보면 '먹통 됐던 만큼 연장해 주겠다'란 거죠. 그리고 피해 사례 접수도 받고 있고요. 근데 이게 이미 지나간 피해죠. 예를 들어서 택시 카카오 벤티 기사님들의 경우, 그날 하루 장사를 공쳤어요. 물어보니까 평균적으로 한 4-50만 원을 날렸대요. 그걸 다 보상해주진 않는다는 거죠. 제 생각에는 보상해 줄 능력도 없고 법적 근거도 없고 보상해 줄 의지도 보이지 않아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이미 지나간 건 어쩔 수 없잖아요. 지나간 것에 대한 보상은 확실히 해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사실 근본적인 대책인 거죠."
- PD님이 직접 일상에서 카카오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기록하셨는데요.
"저도 생각보다 카카오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비몽사몽 한 채로 가장 먼저 보는 게 직장에서 카톡 온 게 없는지 보는 거예요. 그리고 친구들이 보낸 게 없는지, 또 누가 생일인지를 보면서 하루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다음에 저는 가끔은 지하철로 출근하고 가끔은 차로 출근을 하는데 지하철로 갈 때는 당연히 몇 분 뒤에 지하철이 오는지 카카오로 보죠. 그리고 차로 갈 때도 내비 확인하고 내비가 알려주는 대로 가죠. 또 직장에서 계속 카톡으로 소통하죠. 카카오가 없으면 사실 일상이 불편한데 또 카카오를 안 쓰면 다른 대체제들도 많이 찾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카카오 맵 쓰지 않고 네이버 맵 쓰고요. 메신저는 대체제가 없긴 해요. 카카오에 확실히 지배받고 있어요."
-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도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그렇죠. 택시는 말할 것도 없고 골프장 예약에도 카카오를 사용하죠. 얼마 전까지 미용실과 네일숍도 했거든요. '도대체 어디까지 먹으려고 하는 거냐' 식으로 국민정서가 안 좋으니 꽃 배달이랑 네일숍 등에서 철수했어요."
- 카카오 확장에 규제가 필요할까요?
"그것도 애매해요. 이 사람들이 담합으로 반독점법을 위반해서 명확한 위법 행위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단언할 수는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법으로는 이 사람들을 제재할 수도 없고 처벌할 수도 없죠. 전문가 인터뷰에서도 나왔지만 새로운 경기가 시작된 거예요. 그러니까 경기장이 바뀐 거예요. 새로운 경기가 시작됐으면 새로운 룰을 만들어야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일단 긴급 아이템을 다루기 힘들다는 걸 느꼈고요. 대한민국 시청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그리고 당장 영향받는 것들을 시청자와 함께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당장의 일이라는 생각에 보람이 있어서 긴급 아이템을 준비하기 힘들었지만 되게 뿌듯했고 기분이 좋았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