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참극, 우리도 그랬다" 중화권도 1면…中매체만 달랐다

신경진 2022. 10. 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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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154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이태원 참사를 보도한 홍콩과 대만, 중국 중화권 신문들. 홍콩 성도일보는 1면부터 3면까지 이태원 사고를 자세히 보도했으며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안전사고 발생 예방을 촉구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대만의 연합보와 중국시보도 1면과 주요면에 이태원 참사를 자세히 보도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국제면 하단에 짧게 보도하는 데 그쳐 대조를 이뤘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홍콩 성도일보 1면, 3면, 인민일보 14면, 대만 중국시보 1면, 대만 연합보 1면 캡쳐.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 언론이 서울 이태원 참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이를 거울삼아 당국에 안전사고의 사전 예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중국 관영 매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위로 전문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지만 사고 자체 보도는 축소해 중화권 언론과 대조를 보였다.

31일 홍콩 명보와 성도일보, 대만의 연합보와 중국시보 등 중화권 주요 신문은 1면과 주요 면에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현지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성도일보는 “서울의 참극을 마땅히 거울삼아 홍콩은 거안사위(居安思危, 편안할 때 위험을 대비하다) 해야 한다”는 사설을 싣고 홍콩 행정 당국의 응급 상황에 대한 대응태세 정비를 촉구했다.

사설은 이번 사고가 1992년 제야에 좁은 언덕길 골목에서 과도한 인원이 몰리면서 서로 밟혀 21명이 숨지고 63명이 다친 란콰이퐁(蘭桂坊)의 참극을 떠오르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홍콩 경찰이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에서 인파 통제에 더욱 주의하며 풍부한 경험을 축적했지만, 사고는 의외의 지점에서 발생한다면서 2012년 10월 국경절 당시 발생한 난야(南丫) 페리 침몰 사고까지 언급했다. 홍콩판 세월호로 불리는 당시 페리 사고로 승객 39명이 숨지고 92명이 다쳤다.

30일 홍콩 경찰 당국은 란콰이퐁 지역에서 인파 관리 및 교통 통제를 시행했다. 저우융이(周詠儀) 홍콩 센트럴 경찰 지구대 지휘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핼러윈 축제로 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란콰이퐁 일대에서 교통 통제와 일방통행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태원 사고 영향을 묻는 현지 기자 질문에 “예년과 같은 조치”라며 “경찰은 사안별로 리스크를 평가하고 란콰이퐁 인파 통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에도 경찰을 배치해 돌발사건을 처리할 충분한 경찰력을 준비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만 언론도 이태원 사고에 애도와 함께 유사한 사고 예방을 촉구했다. 대만 연합보는 지난 2015년 15명이 사망하고 497명이 다친 바셴(八仙) 워터파크 화재사건을 언급하며 현행 법규 정비의 미비함을 지적했다. 신문은 당국이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활동 관련 법규 정비를 미루고 있으며, 지방정부의 자치조례를 통해 형식적인 서면 심사에 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내년 초 개장 예정인 4만석 규모의 타이베이 돔 경기장 안전 심사에 참여했던 왕자쥐(王價巨) 밍촨(銘傳)대 건축학과 교수는 “대규모 인파가 열광할 때 발생하는 돌발상황에서의 심리상태나 행동 반응 등을 모두 고려해 대응 메커니즘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일반인도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태원 참사 보도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진핑 주석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위로 전문을 1면 우측 상단에 실었지만 정작 사건 기사는 14면 국제면 우측 하단에 짧게 싣는 데 그쳤다. 해외 재난 뉴스를 상대적으로 크게 보도하는 평소와도 다른 경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봉쇄 일변도의 중국 코로나19 방역과 대조되는 한국의 모습을 중국인에게 보이기를 꺼리는 한편, 막 폐막한 20차 당 대회 분위기가 이태원 참사로 덮이는 것을 원치 않는 당 선전기구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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