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 싱글맘과의 행복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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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화창한 9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지하철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소극장 산울림 카페를 찾았다.
카페 앞에 '싱글맘과 한국여자의사회의 행복한 동행'이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고민 끝에 임신·출산에 이어 양육의 어려움과 마주한 싱글맘과 그 자녀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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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맑고 화창한 9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지하철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소극장 산울림 카페를 찾았다. 카페 앞에 '싱글맘과 한국여자의사회의 행복한 동행'이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한국여자의사회가 정기적인 의료 봉사를 '문화와 의료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시도하는 첫 행사다. 밖으로 활짝 열린 아담한 카페 공간은 일찌감치 긴 줄을 서서 접수하고 들어온 엄마와 아기들로 기분 좋게 소란하다.
수십 년 전과 비교하면 대한민국의 의료 환경과 제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시대 변화한 환경 속에서 의료봉사의 방식 또한 바뀌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생명 존중과 나눔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담으면서 진정한 도움을 주고받는 활동은 어떤 것일까. 변화한 의료 제도 안에서 여전히 충족되지 않는 의료 서비스는 무엇이며 누가 절실하게 필요로 할까. 고민 끝에 임신·출산에 이어 양육의 어려움과 마주한 싱글맘과 그 자녀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을 위해 음악과 심리의료상담을 묶은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정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 다양한 전공과목의 의사, 심리상담사를 비롯한 20여 명의 여성 의료진이 나서서 싱글맘과 그 자녀 70여명을 대상으로 의료상담과 개별 및 집단심리상담 치료를 진행했다. 개별 의료상담이 예상보다 인기가 좋아 현장에서 추가 신청이 매우 많았다. 모든 전문과에서 상담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공감을 나눈 것 자체가 참석한 싱글맘들이 마음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했다.
분만 후 발생한 비만과 건강 관련 내과 상담을 하러 온 한 상담자는 식사, 운동 등 생활 습관과 정기 검사 여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기와 함께 당당하게 사는 멋진 엄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기 둘을 키우는 한 상담자는 소아청소년과 상담을 하며 어느 아기에게나 있을 수 있는 알레르기 문제지만 엄마 자신의 불안감으로 계속 걱정을 했던 것을 깨닫고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상담하며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싱글맘 공통으로 불안감과 우울증이 동반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싱글맘의 가장 큰 현실적인 어려움은 사회적 인식과 경제적 자립 문제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불안감과 우울증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이는 본인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쳐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할 수가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아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나라이지만 사회의 편협한 시선은 어린 엄마들이 아기를 포기하는 선택으로 기울게 한다. 경제적으로 대국이며 출산율은 낮은데도 아기를 쉽게 포기하게 만드는 환경은 여전히 우리나라를 국제 입양 송출국 상위권에 속하게 하고 있다.
아동인권 보호와 우리나라 인구 문제 측면에서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싱글맘의 삶을 선택해 아기를 낳아 혼자 키우는 이들은 진정 용감한 엄마다. 싱글맘이 당당하게 아기를 낳고 잘 키워서 그들의 성장한 자녀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듬직한 지지대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우리 스스로 사회, 직장, 가정에서 편견의 시선을 거두고 싱글맘의 주거와 양육비를 더 확고하게 일정 기간 보장해 주는 제도의 현실적 개선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곱씹은 계기가 됐다.
이어진 소극장에서의 작은 음악회는 아름답고 웅장한 기타 사운드가 바이올린과 어우러져 가을에 어울리는 감동을 줬다. 교감을 나누는 상담치료와 아름다운 음악이 함께한, 짧지만 행복한 가을날의 동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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