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입장권'되더니 더 뜬 기업

백종민 2022. 10. 3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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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인텔.

애플은 자체 설계해 외주 제작을 맡긴 컴퓨터용 반도체를 선보인 반면 인텔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특히 파운드리(외부수탁생산) 육성 정책에 맞춰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애플은 지난 2020년부터 컴퓨터용 CPU 분야에서 인텔로부터 독립선언을 했다.

애플은 모토로라, 인텔에 PC용 CPU를 의존했던 과거를 순식간에 지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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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M1 사용한 PC 매출 호조
인텔, 대규모 투자해도 애플 선택 받아야 할 처지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애플과 인텔. 지난 27일 두 회사는 연이어 실적을 발표했다. 모두 코로나19 상황에서 호황을 누렸지만 다른 선택을 했다. 애플은 자체 설계해 외주 제작을 맡긴 컴퓨터용 반도체를 선보인 반면 인텔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특히 파운드리(외부수탁생산) 육성 정책에 맞춰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두 기업의 중간 성적은 어떨까.

결론은 애플의 우세다. 애플은 컴퓨터 분야에서 선전했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가 다소 주춤했지만, 맥 시리즈 컴퓨터는 115억달러어치나 팔았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25.39%에 이른다. 한 외신은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스타가 흔들렸음에도 구형 기술인 노트북으로 구원받았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인텔은 대략 낭패다. 3분기 인텔의 PC용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나 줄어 81억달러에 머물렀다.

CPU와 컴퓨터 판매를 비교하기는 무리일 수도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애플은 지난 2020년부터 컴퓨터용 CPU 분야에서 인텔로부터 독립선언을 했다. 애플은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자체적으로 만든 ‘M1’을 선보여 PC 사용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성능은 3배나 높은데 가격은 기존과 별 차이가 없었다. 맥은 비싸다는 선입견도 무너졌다. M1은 올해 M2로 진화했다. 그 결과가 지난 3분기 실적이다.

애플이 자체 설계한 컴퓨터용 CPU를 확보한 건 1976년 고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공동창업자가 선보인 ‘애플1’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애플은 모토로라, 인텔에 PC용 CPU를 의존했던 과거를 순식간에 지워냈다. 잡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작품 ‘매킨토시’가 마우스를 사용한 그래픽 운영체제의 혁명이었다면 M1은 ‘반도체 혁명’이었다. 애플이 아이패드, 아이폰용 반도체를 설계하며 체력을 키운 결과였다. 물론 애플은 M1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대만 TSMC에 외주를 준다.

애플이 설계한 M1 칩. 애플은 이 칩을 개발해 인텔의 CPU를 맥북에서 퇴출 시키고 PC 시장에서 약진 중이다. 애플은 올해 더 성능이 진화한 M2를 선보였다.

2000년대 초반 인텔과 AMD의 치열한 경쟁을 현장에서 지켜봤던 기자도 궁금증이 생겼다. M1 노트북을 사용해 보니 같은 노트북 디자인에 인텔 CPU를 애플로 바꿨을 뿐인데 전혀 다른 PC였다. 노트북 사용자를 괴롭히는 발열도 없었다. 인텔이 그토록 노력했던 발열과의 전쟁에서 애플은 완승했다. 과거와 달라진 PC 사용 환경하에서 게임을 하지 않는다면 윈도 PC를 사용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인텔은 1980년대 IBM PC 시대를 열며 ‘x86’ 시리즈 CPU로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윈텔’ 진영을 구성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인텔이 성장하는 기간 애플은 큰 고통을 겪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인텔은 AMD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도전에 휘청이는 과정 중에 애플이라는 더 큰 복병을 만난 셈이다.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에게 유행하는 ‘스타벅스 입장권’이라는 표현이 있다.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애플의 맥북 노트북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타벅스 이용자 중에 맥북 사용자가 많다는 것을 표현한 밈 유머지만 그냥 흘릴 수 없다. 한때 인텔의 로고가 붙지 않은 컴퓨터는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텔은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사 CPU를 사용한 PC에 인텔 로고를 붙이도록 유도해 인텔과 비 인텔 PC를 구분했다. 지금 소비자들은 인텔 로고에 관심이 없다. 애플 로고가 있는 컴퓨터와 그렇지 않은 컴퓨터만 남았다.

인텔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반도체 생산 시설인 파운드리 사업에 사운을 걸고 투자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명운도 애플이 쥘 수 있다. 애플이 대만 TSMC에서 제조 중인 반도체들을 인텔에 주문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연 인텔은 다시 애플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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