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생존자 "운 좋게 당신 아니었을 뿐, 참사는 사람 안 가린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생존자이자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저자 이선민씨가 이태원 압사 참사를 두고 “전쟁터가 아닌 일상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죽는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 3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경제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별다른 이유 없이 사람이 죽어 나간다는 것이, 멀쩡한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다가 혹은 친구들과 축제를 즐기려다 느닷없이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다”며 “이에 대해 종일 머리를 굴리고 굴려도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어째서? 왜? 또? 라는 물음만 떠오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는 과거 자신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오징어 게임을 실사판으로 함께 하는 것 같다. 위험천만한 생존게임을 매일 반복하며 ‘나와 내 가족은 안 죽을 거야’ 막연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는 사람을 가려오지 않는다. 이번에 ‘운 좋게’ 당신이 아니었을 뿐이다”라고 했다.
이씨는 “이 상황에 피해자와 가족분들에게 어떤 말이라고 위로가 되겠는가. 차마 입 밖으로 아무 말도 안 나온다. 하지만 이 말만은 하고 싶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라며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 일도 가슴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앞서 다른 무고한 참사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그러했듯이”라며 “불시에 명을 달리한 분들의 죽음에, 또 가족을 잃은 그 비통함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995년 6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삼풍백화점이 부실공사로 인해 무너져 502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되고 93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씨는 삼풍백화점 사고 생존자로, 자신이 겪은 후유증에 대한 글을 묶어 지난해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31일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자 154명, 부상자 149명 등 총 303명이라고 밝혔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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