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앓는 80대 노인의 치밀한 복수
[장혜령 기자]
▲ 영화 <리멤버> 스틸컷 |
ⓒ (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리멤버>는 청산되지 못한 친일 세력에 총구를 겨누는 영화다. 국가가 했어야 했을 일을 방관하다 개인의 분노로 쌓여 결국 복수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민감한 소재를 마냥 무겁지만은 않게 풀어 대중영화로 소화했다.
탄탄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원작이 있다. 아톰 에고이안 감독의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를 리메이크했다. 원작은 홀로코스트로 가족을 잃은 노인이 가해자를 처단하는 내용이다. 한국으로 옮겨오자 일제강점기에 가족을 잃은 노인이 친일 가해자를 하나씩 처단하기 위한 복수극으로 재해석했다.
▲ 영화 <리멤버> 스틸컷 |
ⓒ (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프레디(이성민)와 제이슨(남주혁)으로 불리며 환상의 콤비였던 두 사람. 17째 모범 직원으로 일하던 프레디로는 끝이지만 절친으로서 일주일만 운전을 부탁한다. 난생처음 포르쉐를 몰아본 인규는 신났다. 알바비 고액 50만 원을 받고 운전기사 겸 말벗이 되어주는 건 꿀알바라고 생각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바로 운전 착수! 프레디는 병원에 데려다 달라더니 기다리지 말고 가라며 사라졌고 몇 시간째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어떻게 그냥 가나 싶어 밤늦게까지 기다리던 인규는 로비를 서성이다, 멀뚱히 앉아 있던 프레디를 깨워 가자고 부추긴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며 먼저 가라며 위로 올라갔다. 어쩔 수 없이 인규는 집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병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인규는 무심코 뉴스를 보다 화면 CCTV에 담긴 자신이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몰리자 당황했다. 이 모든 게 프레디와 연결되어 있음을 안 인규는 계속 부탁을 들어주어야 할지 망설인다.
그러던 중 사채업자가 쳐들어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지만 프레디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인규는 어쩔 수 없이 60년 동안 철저히 계획된 프레디의 동행에 끼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채로.
▲ 영화 <리멤버> 스틸컷 |
ⓒ (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80대 노인 분장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성민의 농익은 연기가 빛난다. 구부정한 어깨, 거친 호흡, 짧은 보폭과 느린 걸음걸이로 한필주 자체가 되었다. 노인 분장을 위해 4시간씩 투자한 의미가 있었다. <리멤버> 개봉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형사록>이 공개되었는데 위화감 없이 각각의 작품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인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자식들은 장성해 가정을 꾸렸다. 이제 병으로 노쇠해진 육신은 떠날 날만 가까워진다. 아무것도 잃을 것 없는 노인이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실행에 옮기는 계획. 노련함과 현명함, 순발력이 혈기왕성한 청년과 만나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기질이 영화의 주된 분위기다.
▲ 영화 <리멤버> 스틸컷 |
ⓒ (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리멤버>는 상상에서 출발한 허구지만 영화 속 어떤 부분은 실화인 사람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역사에 희생된 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면서도 기억되어야 할 역사를 현세대에게 알려주는 뜻깊은 역할을 맡고 있다. 60년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간 노인이 80세 뇌종양과 알츠하이머로 기억이 목숨 보다 빨리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손가락에 새긴 뚜렷한 문신은 과거가 잊히는 걸 두려워하는 마음 그 자체다.
완성도는 있다. 다만 128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이 아쉽다. 이 안에 가족의 역사가 한 국가의 역사와 맞물려 있는 비극을 전하려 했던 것 같다. 분명 좋은 소재지만 조금 덜어도 좋았을 것 같았다. 일제 청산, 산업재해, 악덕 기업의 횡포, 알츠하이머 등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영화에 담으려고 하니 무겁다 못해 약간 버거운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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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장혜령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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