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단' 선언에도…유엔·튀르키예·우크라, '흑해 밀 수출'

김영주 2022. 10. 31. 13: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밀을 선적한 세계식량기구(WFP) 소속 선박이 지난 8월 30일 에티오피아 지부티항에 도착해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Black Sea Grain Initiative)' 중단을 선언했지만, 유엔·튀크키예·우크라이나는 협정에 따른 곡물 수송을 계속하기로 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국 흑해함대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참여 중단을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밀 등 국제 곡물 가격이 다시 불안정해질 위기에 처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이날 우크라이나·튀르키예와 흑해에서 나가는 선박 12척과 들어오는 선박 4척 등 16척을 당초 마련된 해상 통로를 통해 이동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정 이행을 감독하는 4자 공동조정센터(JCC)도 러시아에 이러한 계획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유엔은 전날 곡물 거래 대표단 회의에서 러시아 관리가 긴급한 사안에 대해 유엔·튀르키예와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협정의 중재자 역할을 한 유엔과 튀르키예는 러시아의 참여를 독려 중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랍연맹 정상회의 참석을 미루면서까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유엔 대변인이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정책 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흑해 협정과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 국방장관은 협정 재개를 위해 당사자들과 접촉 중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에 협정에 영향을 미칠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앞서 29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드론 16대를 이용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주둔한 흑해함대를 공격했다며, 협정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30일 흑해에선 우크라이나 곡물을 선적한 선박이 움직이지 못했다.

러시아는 중단 발표 후 "협정 탈퇴가 아니라 참여 중단"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 차관은 "곡물 협정에 관한 이후 결정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대한 해명이 이뤄지고 유엔 안보리 회의가 열린 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협정 참여 중단에 대해 "터무니없는 행동"이라며 "이 결정이 세계 기아 위기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7월 인도주의 차원에서 마련된 해상 통로를 따라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으며, 이후 약 950만t의 곡물이 선적됐다. 협정 만료 시점은 내달 19일이다.

전문가들은 협정이 이대로 중단되거나 협정 만료일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밀 등 세계 곡물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카고에 있는 곡물 마케팅업체 ED&F 맨 캐피털의 찰리 서너팅어는 블룸버그에 "밀 가격은 높은 선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밀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5%가량 높은 선에서 거래됐다.

블룸버그는 협정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단, 올해 초만큼 극적으로 상승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에 있는 국제식품정책연구소의 데이비드 라보드는 향후 곡물 가격이 5~10%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주요 곡물 수출국으로 이 지역에서 수출되는 밀은 전 세계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