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 희생자 추모를 위해 멈춰야만 할 것들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외 마스크 의무가 3년 만에 해제된 10월 29일 밤의 서울 이태원은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좁은 비탈길을 발 디딜 틈 없이 꽉 채운 인파가 무너지며 압사 사고가 발생한 건 한순간이었습니다. 31일 현재 이태원 참사의 사망자는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입니다. 이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에서 벌어진 최대 인명 사고입니다. 1993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서울 한복판에서 이 같은 대형 참사가 벌어진 적은 없습니다.
정부는 30일부터 다음달 5일 24시까지, 7일 동안을 이태원 참사의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참사 발생지인 서울 용산구는 특별재난지역이 됐습니다. 국가애도기간에는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이 조기를 게양하며,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합니다. 이 기간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사가 예정돼 있다면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 자제하거나 간소화됩니다. 취소가 의무적인 건 아니지만, 참사 이튿날인 30일부터 전국의 크고 작은 행사들이 취소됐습니다.
특히 연예·문화계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결방하고 앨범 발매 및 쇼케이스를 연기하며 제작보고 및 발표회를 즉시 취소하는 등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30일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들은 뉴스특보 방송을 위해 오전부터 주요 프로그램 편성 변경과 제작 연기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날 각각 콘서트가 잡혀 있던 장윤정과 영탁은 공연 시작이 몇 시간 남지 않은 시점 관객들에게 취소에 대한 양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라이브 투어 중이던 김재중은 나고야 콘서트 시작을 2시간 여 앞두고 무대 위에 올라 관객들에게 직접 공연 취소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이브는 회사 설명회를 미뤘습니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기발한 핼러윈 코스튬으로 주목받았던 SM엔터테인먼트도 4년 만의 핼러윈 행사 'SM타운 원더랜드 2022'를 취소했습니다. 28일부터 30일로 예정돼 이틀 동안 공연을 마친 '2022 스트라이크 뮤직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무대도 마찬가지고요. 영화 〈자백〉과 〈리멤버〉도 개봉 첫 주 무대 인사를 취소하고 희생자 애도에 나섰습니다. 트로트 가수 이찬원은 30일 전남 화순군에서 열린 제1회 테마파크 소풍 가을 대축제에서 국가애도기간임을 고려해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가 한 관객으로부터 폭언을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들도 한국과 함께 하겠다며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향해 애도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처럼 국내외 모두가 '잠깐 멈춤'으로 이태원 참사 애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우리가 반드시 멈춰야만 할 것들을 기억하세요. 참사 희생자들을 혐오하는 발언과 허위 조작 정보를 유포하거나 사고 현장 장면의 자극적인 대목만을 발췌해 공유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희생자들과 유족들 만큼은 아니지만 이 비극의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참사를 놀이 콘텐트처럼 소비해선 안됩니다. 또 한 번의 참사로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된 한국 사회에 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합니다.
조문을 원하는 시민들은 각 지역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헌화 및 묵념을 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는 서울도서관 정문 앞을 비롯해 녹사평역 광장, 양천구청사 1층, 성북구청 앞 잔디마당, 서대문구청 1층 등 모든 자치구에 분향소가 마련돼 있으며,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조문객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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