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욕지거리 나온다"…이태원 참사 2차 가해 분노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로 15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당시 상황이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가 하면 고인과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등 2차 가해가 이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31일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 현장 영상과 사진이 적나라하게 게시되어 있다.
사고 직후 인스타그램에는 핼러윈 행사 현장에서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구급요원들이 집단으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영상이라든가, 모자이크 처리 없이 시신들이 바닥에 눕혀져 있는 충격적인 사진들도 여과 없이 공개됐다.
사고 원인을 두고 마약과의 연관성을 거론하는 '카더라' 뉴스가 제기되는가 하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도 잇따랐다.
이를 두고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끔찍한 일이 또 일어났다"며 "새벽녘 비몽사몽 중 소식 보고선 악몽을 꾸는 줄 알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현실이다. 그리고 악몽보다 더 끔찍한 짓들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서양 귀신파티에 정신 못 차리고…철없이'라는 악성 댓글을 공유하면서 "욕지거리가 나온다"고 했다. 이어 "핼러윈 파티에 간 당신, 당신 자녀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죽어도 싼' 일은 더욱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예상 가능했고 그래서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참사"라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의 책임은 무한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자녀들, 가족들의 희생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것들이야말로 철없는 것들"이라며 "정부의 책임뿐만 아니라 악마보다 더 악마같은 놈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집행위원장은 "그저 아깝기만 한 청춘들의 희생에 조의를 표한다"며 "원통함에 목 놓아 울 힘조차 없을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 함께 울겠다"고 적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일부에서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사상자들을 혐오하는 발언이나 허위조작 정보, 자극적인 사고 장면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동은 절대 자제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고인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 유출 행위가 발생한 경우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명예훼손 등 게시글 6건에 대해 관할 시·도경찰청에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악의적인 허위·비방글과 피해자 신상정보 유포 행위는 고소 접수 전이라도 수사 착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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