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서 스무살 생일 축하" 다음날 참변...美여대생 추모 물결
이태원 참사로 숨진 미국인 2명 중 한 명은 스무살 여대생 앤 기스케였다. 그가 재학했던 미 켄터키대엔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총장 명의의 켄터키대 성명에 따르면 기스케는 북부 켄터키 출신으로 이 대학 간호학과 학생이었다. 그는 이번 학기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켄터키대는 "우리 학생인 기스케도 서울에서 발생한 핼러윈 압사사고의 사망자 중 한 명"이라며 "형언할 수 없는 상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스케를 알고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켄터키대 학생들이 이날 모여 기스케를 추모하는 기도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기스케는 이 세상에 진정한 빛이었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였다"고 애도했다.
기스케는 20번째 생일 파티 다음 날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그는 참사 하루 전인 지난 28일 서울에서 생일을 축하했다고 폭스뉴스 등이 전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케이크 앞에서 환하게 웃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한강에서 20번째 생일 축하'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엔 그의 명복을 비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NBC뉴스에 따르면 기스케의 아버지는 성명을 통해 "우린 앤을 잃은 것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비통하다. 앤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밝은 빛이었다"고 전했다.
기스케가 지난해 졸업한 고등학교인 비치우드 하이스쿨도 성명을 통해 "앤은 사랑받는 학생이자 친구였다"며 그를 추모했다.
한편 켄터키대는 기스케 이외에 서울에 머물고 있는 다른 2명의 학생과 교직원 한 명은 무사하다고 전했다. 또 기스케의 사망으로 불안과 상실감을 느낄 학생들을 위해 상담 전화를 운영한다고 안내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이태원 참사로 미국인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의 또 다른 미국인 희생자는 조지아주 케네소주립대에 다니던 스티븐 블레시(20)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블레시는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지 두 달 만에 변을 당했다.
그의 아버지에 따르면 블레시는 국제 비즈니스 중에서도 동아시아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어도 배우고 있었다. 또 최근 중간고사를 마치고 토요일 저녁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가 핼러윈 축제에 가게 됐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수억 번 동시에 찔린 것 같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블레시는 모험심이 강하고, 외향적이며 다정한 성격이었다"며 "그를 잃은 것은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외교부는 지금까지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외국인이 26명이라고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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