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美대학생 아빠 "韓 경찰, 왜 인파 통제 안 했나" 비판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외국인 26명 포함 154명을 앗아간 압사 참사와 관련, 외신들은 대규모 인파로 위험하다는 사전 경고가 현장에서 있었다는 데 주목해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30일 다수의 목격자를 인용해 "전날 밤부터 핼러윈 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이태원 거리마다 북적였고, 사고가 난 당일 밤에도 그 정도의 인파가 있었다"면서 "이미 경고의 신호가 있었는데 통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미국인 유학생 스티븐 블레시(20)의 아버지 스티브 블레시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왜 인파를 통제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세 한국 여학생 인터뷰를 통해 "경찰에 연락했지만 지원이 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여학생은 오후 6시와 오후 9시께 두 차례 112에 전화해 교통 통제 등 조치를 호소했지만 충분한 수의 경찰을 보지 못했다. 그는 NYT에 "2019년 핼러윈 기간에도 이곳에 방문했는데 당시는 수많은 경찰이 인파를 관리했지만, 올해는 거의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한국 당국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BBC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브리핑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이 장관은 "이태원 인파 규모가 예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르지 않아 경찰 인원도 예전과 비슷한 규모로 배치했다"며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서 경찰 인력 상당수가 광화문 등에 분산돼 있었다"고 했다.
NYT는 "한국 경찰은 일반적으로 집회에서 인파를 관리하고, 교통을 우회시키는 등 조치를 잘하지만, 이태원 참사에서는 군중 통제가 잘못되었음을 보여줬다"면서 "당국 관계자들은 집회 등과 달리 조직적이지 않고 자발적으로 대규모로 모인 군중을 통제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시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했어도 이번 참사를 막기는 어려울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독일 베를린의 사회과학 연구기관인 막스 플랑크 인간개발 연구소의 메흐디 무사드 군중 행동 연구원은 WP에 "이태원 참사는 콘서트나 종교 순례 행사 등의 충돌 상황과는 다르다"면서 "입장권이 있는 계획된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일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등에 대해 알 수 없어서 경찰이 많았더라도 이번 참사를 반드시 막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군중 규모와 이동 경로 등을 미리 자세히 알 수 있었다면 사람들의 이동을 조금이나마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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