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폭풍 지나가도 "일 손 놔"…'주52시간'묶인 해외 건설현장 연장근로 푼다
해외 건설현장에선 주 52시간제가 족쇄처럼 작용할 때가 많다. 모래 폭풍이 불고, 우기에 쏟아지는 비 때문에 공사를 못 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날씨 좋은 날 건설 속도를 높여야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있는데, 그럴 수가 없다. 국내 노동법인 주 52시간을 지켜야 해서다. 이런 경우 현지 법으로는 대부분 연장근로가 가능하기 때문에 발주처에선 공사를 독촉하기 일쑤다. 국내법과 현지 법 사이에 낀 업체로선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31일부터 주 52시간제로 인한 해외 건설현장의 어려움이 덜어질 전망이다. 해외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특별연장근로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산업현장의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보완해 3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노동개혁의 주요 사안인 근로시간 유연화 추진에 앞서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먼저 손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별연장근로는 재해·재난 수습이나 예방, 업무량 폭증, 돌발상황 대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노사가 합의해서 고용부에 신청해야 하고, 고용부의 인가를 받아서 적용한다. 고용부의 인가를 받으면 주당 12시간의 연장근로를 최장 3개월(90일)까지 할 수 있다.
고용부는 우선 해외 건설 현장의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90일에서 180일로 확대했다. 국내와 현지의 법이 이중 적용되는 해외 건설현장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된 해외 건설업종 국제 경쟁력 강화 방안 중 하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업체는 발주처 대응 등 현지 업체와의 협업, 기후조건 등으로 인해 주 52시간제를 지키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중동의 모래폭풍과 동남아의 우기, 1년의 절반 가까이 얼어있는 몽골 등에선 현지 환경 때문에 화창한 날을 택해 집중적인 근로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주 52시간제에 묶여 일을 할 수가 없다.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늘린 것은 이런 어려움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고용부는 또 연간 활용 기간(90일)을 산정할 때 실제 사용한 기간으로 산정하도록 바꿨다. 기존에는 인가받은 일수로 계산하고, 최초 인가받은 기간을 변경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인가 받은 기간 중에 실제 연장근로를 하지 않은 날도 특별연장근로를 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 때문에 90일을 소진하면 정작 필요할 때 특별연장근로를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노사가 합의해서 특별연장근로를 먼저 시행하고 사후 신청하는 경우 특별연장근로 종료 뒤 일주일 이내에 신청하면 되게 사후 인가 절차도 간소화했다. 지금까지는 인가 사유에 따라 사후 신청 기간이 다르게 설정돼 현장의 혼란이 있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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