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후진국형 참사는 없다

이경호 2022. 10. 3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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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골목길에서 발생한 압사로 154명이 사망하고 149명이 부상을 당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참사를 후진국형 사고, 후진국형 인재(人災)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만한 사고가, 선진국 반열에 들고 있는 한국에서 발생했다는 말이다.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 불특정 다수가 몰려 발생한 사고여서 후진국형 사고라고 볼 수 없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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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사고에 후진국형 사고 표현
-생명의 가치에 선후진국이 어딨나
-치유와 수습, 원인규명 사회적 과제

29일 밤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골목길에서 발생한 압사로 154명이 사망하고 149명이 부상을 당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참사를 후진국형 사고, 후진국형 인재(人災)라고 말한다. 후진국형 사고는 원칙만 제대로 지키면 막을 수 있는 사고를 말한다. 건설현장과 공장에서 끼임과 낙상, 추락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원래 재래형 사고라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후진국형 사고라는 용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한 마디로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만한 사고가, 선진국 반열에 들고 있는 한국에서 발생했다는 말이다.

사고에 선진국, 후진국이 어디있고 생명의 가치에 선진국, 후진국이 어디있나. 선진국으로 향하는 우리나라에서 백화점이 무너지고 대교가 끊어지고 배가 침몰하고 이태원의 한 골목길에서 수 백여명이 사상하면 후진국이 되는 것인가. 모든 재난이라는 결과에는 원인이 있겠지만 그 원인과 대처 등을 어찌 선진국, 후진국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겠는가.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 불특정 다수가 몰려 발생한 사고여서 후진국형 사고라고 볼 수 없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후진국형 사고라는 용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3가지다. 애도와 치유, 사고수습, 원인규명이다. 300명 넘는 젊은 이들이 죽고 다쳤다. 이들의 가족과 친척, 지인 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시민들과 사상자를 구조하려고 사투를 벌인 구급대와 경찰, 관계자들, 이를 지켜본 국민들 우리 사회 모두가 겪고 있는 충격과 슬픔을 우리 모두가 서로 끌어안고 가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현장영상과 사진이 실시간으로 확산하고 사상자들을 모욕하거나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자제해야하고 법적 문제가 있다면 엄단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사고수습과 애도에 집중하는데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도 있다. 정치가 아니다. 이런 사고에서 우리 사회가 가야할 것은 선진사회, 일류사회가 아니다. 따뜻한 사회, 건전한 사회다.

사고수습과 함께 중요한 것은 원인규명이다. 4m 밖에 안되는 경사로 골목길에 얼마나 많은 인파가 실제로 몰렸고 인파의 동선은 어땠는지, 어느 지점에서 압사가 시작됐는지, 사태가 커진 이유는 무엇인지 등이다. 엔데믹 수준의 축제 현장에서 매일 1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견됐는데 서울시와 용산구, 경찰과 소방당국 등의 준비와 대처는 어땠는지, 사고수습 과정에서 문제점과 보완할 점은 없었는지 등이 규명돼야 한다. 원인이 규명돼야 책임자를 처벌하던지 할 일이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과거의 특정사고와 비교하는 일이다. 2007년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교량 붕괴사고가 발생해 13명이 사망, 145명이 부상을 입었다. 국내에서는 이를 미국판 ‘ㅇㅇ 대교 붕괴’라고 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지만 당시 사고의 후유증을 갖고 있는 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일이다. 향후 국내외에서 비슷한 압사 사고가 벌어지면 이태원 참사가 또 다른 비유, 비교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성명처럼 ▲여과없는 사고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하고 ▲현장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지 말고 ▲혐오, 명예훼손 등을 자제할 것 등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경호 사회부장 gungho@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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