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콸콸 금호강... 홍준표 시장님, 이게 뭡니까?

정수근 2022. 10. 3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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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호강, 1시간 동안 흙탕물 쏟아져... 동시다발 하천공사 때문으로 파악

[정수근 기자]

 버드나무 군락 사이에 핀 갓 군락.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10월 28일 다시 금호강을 찾아 물길을 걸었다. 생태조사 차원이다. 노곡동 하중도에서부터 신천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까지 조사하기로 계획하고, 하중도에서부터 금호강 강 안으로 들어가 물길을 걸었다.

'금호꽃섬'이라 불리는 하중도를 통해 강 가운데로 들어갔다. 조금 걷다가 이내 다시 작은 섬으로 올라설 수밖에 없었다. 바닥은 뻘밭이고 물이 제법 깊었기 때문이다. 작은 하중도 안에는 버드나무들이 자라고 갓과 식물이 자라 하천숲을 이루고 있었다. 갑자기 고리니 한 마리가 낯선 침입자에 놀라 달아났다.

하중도를 벗어나 다시 낮은 곳을 골라 물길을 걸었다. 그러나 이 구간은 전체가 깊은 소로 이뤄져 있었다. 물 흐름이 크게 없고 수위가 가슴 정도까지 올라올 정도로 깊고 바닥은 뻘이라 걷기 힘들었다. 뻘밭에 발이 빠지면 헤어날 수 없겠다 생각해 이번엔 반대편 하천숲으로 올라섰다. 
  
 버드나무와 초지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하천숲.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렇게 한참을 물길 대신 뭍을 걸었다. 초지와 버드나무로 이뤄진 하천숲을 따라 올라갔다. 한참을 걷자 다시 물길이 나온다. 이번엔 아름다운 여울이다. 낮을 물길이 빠르게 흘러가는, 그래서 산소가 풍부해 물고기들이 모이고 덩달아 새들이 모여들어 생물 다양성이 너무나 풍부한 곳인 여울목이 그곳에 있었다.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금호강

오리부터 시작해서 저 멀리에는 백로와 민물가마우지가 떼로 모여 있었다. 새들의 천국이라 부를 만했다. 작은 쇠백로들은 이리저리 오가면서 물고기를 사냥하는지 분주했고, 키가 큰 중대백로들은 그 장면을 바라보며 명상이라도 하는 듯 가만히 섰다. 
 
 키가 큰 중대백로이 명상이라도 하는 듯 가만히 서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일제히 날아오른 민물가무우지 사이로 백로들도 날아올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가까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들과의 거리를 100m에서 50m까지 당겨 봤다. 가장 민감한 것은 민물가마우지들이다. 녀석들이 먼저 일제히 날아올랐다. 덩달아 백로들도 몇 마리 날아오른다. 그 모습도 장관이다. 미안하기도 했지만.
이들과 조금 떨어진 다른 여울목에선 작은 새들인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한 가족과 알락도요, 딱새 등도 만났다. 무척 아름다웠다.
 
 네 마리나 되는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를 동시에 만났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알록달록한 문양의 깃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알락도요도 금호강에서 목격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딱새가 웬일인지 낯선 이방인 곁으로 다가와 포즈를 취해주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 위로는 계속해서 여울이었다. 강물이 세차게 흘러갔다. 물이 맑아 강바닥도 훤히 보인다. 나사말들이 물결을 따라 일렁였다. 바닥엔 조개들이 지천으로 깔렸다. 그런데 특이한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왕재첩이다. 색깔도 검은 이 독특한 녀석은 도대체 얼마를 이곳에서 산 것일까?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할 정도로 컸다. 조금 더 걸으니 이번엔 논고둥과 같은 녀석도 포착됐다. 제법 깊은 곳에 박혀 있어서 어럽게 주워들었다. 우렁이라 불리는 논고둥이가 맞았다. 녀석은 주로 논이나 저수지 뻘밭에 많이 사는데 어떻게 강에서 출몰하는지 신기했다. 도로 다시 있던 자리에 놓아주고 다시 물길을 걸었다.
 
 죄측부터 대칭이라는 조개, 왕재첩, 논고둥이라는 저서생물이 금호강에서 발견됐다. 강바닥 생태계는 확실히 되살아났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흙탕물 콸콸' 금호강

그런데 갑자기 시야가 흐려졌다. 강물이 혼탁해지더니 강바닥이 안 보일 정도다. 위에서부터 흙탕물이 계속 유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쓰레기들도 둥둥 떠 있어서 단순한 흙탕물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3공단에서 흘러들어오는 오수관로 말단부인 우수토실을 의심했지만 비가 내리는 날이 아닌지라 그곳은 아니었다. 흙탕물은 그 상류에서부터 유입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신천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 위는 신천과 금호강이 만나는 합류부이고 금호강 쪽에는 무태보가 있어서 그곳에서 들어올 리는 없다. 그렇다면 신천인 것이다. 신천에 무슨 하천공사라도 하는 것인가 하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그런데 이런 강물이 신천으로부터 유입된 흙탕물로 인해 '똥물'로 바뀌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쓰레기 둥둥 떠다니는 흙탕물이 상류로부터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강바닥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잉어들은 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라 물 가장자리로 몰려들었다. 아까 봤던 말조개와 재첩과 우렁이의 안위가 궁금해졌다. 이런 흙탕물이 오면 강 안 생명들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특히 물고기들은 시야가 확보 안되니 더욱 당황하기 마련이다. 폭우로 인해서 서서히 흙탕물이 지는 것과 달리 갑자기 들어오는 흙탕물이라 더욱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강바닥을 아랑곳않고 걸음을 재촉하니, 신천에서부터 흙탕물이 콸콸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신천 프로젝트니 뭔가를 한다고 하더니 하천공사를 하면서 아무런 방비가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 
 
▲ 신천 흙탕물 금호강으로 콸콸 ⓒ 정수근

   
당장 대구시에 전화를 걸었다. 급히 대구시청 콜센터로 전화해 하천과를 찾았다. 금호강르네상스 추진단의 수변개발과와 대구시 도시관리본부의 하천관리부서, 대구시건설본부의 하천공사 담당자 그리고 환경청책과 담당자에게 목격한 사실을 상세히 전하며 경위를 물었다.

담당자들은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필자는 '사태 파악부터 빨리하고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알아보고 연락을 다시 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현장을 찾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1시간 가까이 상당한 양의 흙탕물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맑던 금호강이 순식간에 똥물로 변해버린 것이다.

대구시의 안일한 행정이 빚은 사태... 금호강 르네상스 접어야

확인해봤더니 각각 다른 부서에서 다섯 곳에서 동시에 하천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것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천공사를 동시다발적으로 할 수 있는지 말이다. 그 오염 부하가 고스란히 하천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는데, 오염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순차적으로 하는 것이 합당하다. 
 
 하천 안으로 가물막이를 치고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토사를 밀어 넣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강 안에 포클레인이 들어가 강바닥을 그대로 긁어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강바닥에 쌓인 퇴적토를 걷어내는 공사를 하는 현장, 강 안으로 포클레인이 들어가서 강바닥을 그대로 긁고 있었다. 저수호안 공사를 하는 곳은 토사를 하천으로 그대로 쏟아부어놨다. 가느다란 오탁방지막은 쳤지만, 흙탕물을 다 걸러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저수호안 공사 현장 소장으로부터 들은 바와 필자가 목격한 것을 종합하면, 이날 신천의 하천공사 현장이 총 다섯 곳이고 각각의 현장에서 포클레인 작업과 토사 유입이 이뤄졌다. 그 상태에서 상류에서 보를 열었다.

강물이 한꺼번에 흘러나오면서 공사현장들을 덮쳤을 것이고, 강물은 이내 흙탕물이 돼 하류로 내려가서 결국 금호강으로 흘러든 것이다. 하천공사를 하고 있는데 보를 열었다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고, 다섯 곳의 하천공사를 동시다발로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이 모든 하천공사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컨트럴타워도 없었다. 결국 대구시의 부주의하고 안일한 행정력이 빚은 참사인 것이다. 그 바람에 물고기와 조개 같은 수생생물들은 순식간에 봉변을 당했다. 
 
 하류에 오탁방지망을 급히 쳤지만 흙탕물 등을 걸러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신천 프로젝트'라는 신천의 하천공사도 상황이 이런데 '금호강 르네상스'라는 하천개발계획을 빼든 홍준표 대구시장에 강한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하천은 도심의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이자 대자연이 농축된 생태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하려는 토건사업은 걱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안일한 일처리라면 우려는 더 커진다.

대구시는 이번 신천과 금호강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지금이라도 금호강을 건드리려는 위험한 발상을 접기를 바란다. 정말 꼭 필요한 하천공사가 아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보여주기식 공사일 뿐인 금호강 르네상스는 재고돼야 한다. 공존이 아닌 공멸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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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강의 회생과 그 안의 뭇 생명들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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