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화의 피스앤칩스]메모리 반도체 업계 '치킨게임' 회귀?…뭐길래

김평화 2022. 10. 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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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3분기 실적발표 후 엇갈린 감산 계획
기존 계획대로 간다는 삼성전자, 치킨게임 포문 여나
과거 치킨게임으로 獨 키몬다, 日 엘피다 파산
삼성 "점진적인 수요 회복 대응"

편집자주 - 반도체. 매일 듣지만 설명하려면 도통 입이 떨어지지 않는 개념입니다. 현대 산업의 쌀이라 불릴 정도이니 모르면 안 될 것 같은데, 막상 반도체를 다룬 기사와 책은 어렵기만 해 손이 가지 않습니다. 근데, 알고 보니 반도체 참 재밌는 것 알고 계신가요? 반도체 부품 하나에도 업계 전반의 메커니즘과 국가 간 이해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다소 불편한 반도체 분야의 숨겨진 맥락과 의미, 피스앤칩스에서 떠먹여 드릴게요. 숟가락만 올려두시면 됩니다.

[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지난 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연달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다시금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메모리 업황 부진으로 SK하이닉스를 포함해 글로벌 메모리 사업자들이 감산을 택한 반면 삼성전자는 기존 입장대로 투자를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현 메모리 업계 지형을 만든 배경이 치킨게임인 만큼 업계에선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슈죠.

치킨게임은 게임 이론의 한 유형입니다. 영화에서 종종 보셨을 법한 미국 자동차 게임에서 유래했습니다. 두 명의 운전자가 마주보는 상황에서 동시에 직진하다가 충돌을 우려해 차를 먼저 돌리는 사람이 지는 방식인데요, 현지에서 겁쟁이를 치킨으로도 부르다 보니 치킨 게임이 됐다고 합니다.

시장에선 흔히 경쟁 사업자간 출혈 경쟁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입니다. 주로 다수 사업자가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과열 경쟁에 따른 가격 하락과 수익 감소로 사업상 어려움이 있음에도 다른 경쟁사가 열외될 때까지 버텨 최종 승자가 되는 식입니다. 소수 사업자로 남게 되면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으니 결국엔 남는 장사가 되는 셈이죠.

반도체 업계에선 과거 2000년대와 2010년대에 각각 치킨게임이 벌어졌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주요 품목인 D램에서 대만과 일본 기업들이 증산을 이어가면서 공급 증가로 가격 하락폭이 커져 업계 수익 감소가 잇따랐다고 합니다. 팔수록 손해를 입는 상황에서 이를 버티지 못한 기업이 속출했죠. 2007년엔 독일 키몬다가, 2012년엔 일본 엘피다가 적자로 파산을 신청하고 맙니다. 모두 시장 내 주요 사업자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여파가 있던 사건이죠.

그 결과 현재 D램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사업자와 미국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을 포함해 세 개 사업자가 시장 파이를 나눠 갖고 있습니다. 과점 시장인 만큼 메모리 수요가 많을 때는 늘어난 먹거리를 소수가 나누며 이익을 키웠는데요, 올해 메모리 업계에 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이들에게도 위기감이 대두했습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수요 부진 등 대외 경제가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메모리 재고 증가와 가격 하락 등이 잇따르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최근 실적 발표에서 모두 투자와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거죠. 반면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을 하지 않겠다며 장기 관점에서 투자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을 통해 시장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삼성전자가 타 경쟁사 대비 강점인 원가 경쟁력을 통해 가격 하락을 견디게 되면 향후 감산을 택한 기업의 시장 점유율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죠. D램에선 시장 주요 사업자가 세 곳에 불과하지만 또 다른 메모리 품목인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여섯 곳 넘는 기업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특히 낸드 시장은 D램 시장보다 업황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다수 기업이 긴 한파를 견뎌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미 경쟁을 마치고 과점이 형성된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굳이 치킨게임을 목적에 둘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내년부터 시장 회복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기에 장기 수요 대응 차원에서 별도의 감산이나 투자 축소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3분기 실적 발표날 밝혔죠. 반도체 시장은 주기적으로 호황기와 불황기를 겪는데, 과거 사이클이 4~5년 주기로 이뤄졌다면 현재는 1~2년 사이로도 변동폭이 큰 만큼 이에 대응해야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삼성전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게 증권가 평가입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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