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좋아한 딸, 걱정돼 전화하니 경찰이 받았다"…日아빠 눈물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로 숨진 일본인 희생자 두 명 중 한 명은 홋카이도 네무로시 출신인 유학생 도미카와 메이(26)였다.
아버지 도미카와 아유무(60)는 31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딸을 잃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딸은 올해 6월부터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서울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도미카와 씨는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딸에게 위험하다고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계속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수차례 시도 끝에 뒤늦게 통화가 됐지만 전화를 받은 건 한국 경찰이었다. 아버지는 "(사고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주웠다"는 경찰의 설명을 듣고서야 딸이 사고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도 어딘가에서 딸이 무사할 거란 희망을 걸어봤지만,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메이의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 망연자실했다.
홋카이도 문화방송에 따르면 아버지가 메이에게서 받은 마지막 연락은 29일 오후 6시 57분 "인사동에서 먹은 비빔밥 맛있었어!! 오늘은 같은 반 프랑스인과 만날 거야"라는 내용의 라인 메시지였다.
메이는 친구들과 한국 음식을 먹으며 놀았던 사진도 보냈다. "한국 전통음식 많이 있었어! 떡 박물관에서 떡도 만들었어"라면서 자랑했다. 사소한 일상도 공유하던 딸을 가리켜 아버지는 "밝고 귀여운 딸이었다"고 말했다.
메이는 홋카이도 네무로 시 고등학교를 거쳐 삿포로시의 웨딩·호텔 전문학교에 진학했다. 졸업 후엔 몇 년간 도쿄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액세서리 제작도 병행했다. 메이의 홈페이지에는 "퍼스널 컬러 코디 자격증을 받았고 디자인 공부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 삶에 보람을 느낀다" 등의 내용이 올라와 있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한국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일을 그만두고 늦깎이 유학을 택한 것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였다. 그는 페이스북 자기 소개란에 '여행, 카페를 좋아하는 한국가요 팬'이라고 적었다.
아버지는 "(딸은) 정말 한국을 좋아했고 즐기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하고 있어 응원하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그와 한국에서 친하게 지내던 30대 일본 여성은 "메이는 유학이 끝나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1년 더 있으려 했을 정도로 한국을 좋아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메이는 가족에게 '나중에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NHK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인 희생자 중에 도미카와 메이 외에 나머지 한 명은 유학생 고즈치 안(여·18)으로 확인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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