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과 자유 회복 위해…'이봉창 의사 선서문' 보물 된다
'대방광불화엄경소 권88', '불조역대통재', '사시찬요' 등
고려·조선 시대 전적과 근대 등록문화재 여섯 건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66(初雕本 瑜伽師地論 卷六十六)'과 '대방광불화엄경소 권88(大方廣佛華嚴經疏 卷八十八)', '불조역대통재(佛祖歷代通載)', '사시찬요(四時纂要)', '손소 적개공신교서(孫昭 敵愾功臣敎書)', '이봉창 의사 선서문(李奉昌 義士 宣誓文)'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31일 전했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국립한글박물관에 있는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66은 11세기에 간행된 유일본이다. 유가사지론은 중국 당나라 때 현장이 한역한 100권의 책. 미륵보살이 4개월 동안 매일 설법한 내용이 수록됐다. 본문에는 한문을 우리말로 번역해 읽도록 석독구결(釋讀口訣)이 표시됐다. 문장 사이에 구결이 달려 국어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동아대 박물관에 전시된 대방광불화엄경소 권88은 동일 판본 가운데 유일하게 알려진 권차다. 12세기에 간행됐다고 추정된다. 보존상태가 우수하고 조선·중국·일본 3국의 불교 교류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방광불화엄경소는 국내에 목판이 퍼진 1087년부터 간행됐다. 조선 세종은 1424년 여러 차례 대장경판을 요구한 일본에 일부를 하사했다.
서울 종로도서관이 소장한 불조역대통재는 원나라 승려 염상이 석가모니의 탄생과 고승들의 전기·일화를 시간순으로 엮은 책이다. 1430년 다시 간행된 판본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목판을 새로 새겼다. 1472년 인수대비가 왕실의 안녕과 장수를 위해 발원하고 간행했다. 지정 예고된 책은 전체 권차가 남은 완질본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두 건만 확인됐다. 같은 판본의 다른 건은 1982년 11월 보물로 지정됐다.
사시찬요는 중국 당나라 말기인 996년에 한악이 편찬한 농업 서적이다. 춘하추동을 열두 달로 나누고 월별의 농법과 금기 사항, 가축 사육법 등을 기술했다. 조선은 초기에 농정과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가적 차원에서 도입했다. 세종 때 '농사직설'이 편찬되기 전까지 농업경영에 참고했다. 지정 예고된 판본은 고려 서적원 제작 활자와 조선 초 금속활자인 계미자 중자가 함께 쓰여 간행 시기가 1403년과 1420년 사이로 추정된다. 한·중·일 3국에서 공개된 판본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손소 적개공신교서는 경주시 양동마을에 대대로 거주해온 경주손씨의 후손 손소가 하사받은 적개공신교서다. 적개공신은 1467년에 세조가 이시애의 난을 평정한 공신 마흔다섯 명에게 내린 교서. 2등 공신 장말손과 3등 공신 정종의 교서는 이미 보물로 지정됐다. 교서에는 수급자 이름, 공적 내용, 특전, 포상, 등위별 공신명단, 발급 일자 등과 함께 '시명'이라는 어보가 찍혀 있다. 개장(새롭게 꾸밈)이나 후대의 보수 없이 원래 형태를 유지해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봉창 의사 선서문은 1931년 12월 13일에 작성된 국한문혼용 선서문이다. 일본에 대한 항쟁을 다짐하는 내용이 담겼다. '나는 적성으로써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하기 위하야 한인애국단의 일원이 되야 적국의 수괴를 도륙하기로 맹서하나이다. 대한민국십삼년십이월십삼일 선서인 이봉창 한인애국단 앞.'
김구가 결성한 한인애국단에 제출됐는데, 서명을 마친 이봉창 의사는 안공근의 집에서 양손에 수류탄을 들고 선서문을 가슴에 단 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안공근은 안중근 의사의 막냇동생으로, 한인애국단 임원으로 활동했다. 문화재청 측은 "이봉창 의사가 1931년 한인애국단 제1호 단원으로 입단하면서 작성한 것"이라며 "이 의사의 의거 행적과 한인애국단 활동, 항일투쟁의 역사를 증명하는 귀중한 역사적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날 '봉화 청암정'과 '영주 부석사 안양루', '영주 부석사 범종각'을 보물로 지정했다. 앞으로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될 수 있도록 지자체, 소유자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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