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당선 '제2 핑크타이드 완성'…12년 전과 다른 경제불황 시험대

박병희 2022. 10. 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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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가 브라질 사상 첫 3선 대통령을 확정 지으면서 남미에서 경제 규모가 큰 6개 국가에서 모두 좌파가 집권, 제2의 '핑크 타이드(pink tide·좌파 물결)'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핑크 타이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뒤 장기간 이어진 경제 위기 탓에 2010년대 중반부터 약화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2018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당선을 기점으로 다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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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1기 좌파정부 시기…남미 국가들 경제적 호황 누려
지금은 금리·전쟁 등 경제 불확실…극심한 사회분열 양상도 큰 숙제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77)이 30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3선을 확정지은 뒤 아내 로잔젤라 잔자 다시우바와 함께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상파울루(브라질)= 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룰라가 브라질 사상 첫 3선 대통령을 확정 지으면서 남미에서 경제 규모가 큰 6개 국가에서 모두 좌파가 집권, 제2의 ‘핑크 타이드(pink tide·좌파 물결)’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핑크 타이드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남미 국가에서 잇달아 온건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정부가 정권을 잡았던 정치적 흐름을 뜻한다. 당시 남미 좌파 정부는 복지와 사회 불평등 해소에 초점을 맞춘 전형적인 좌파와 달리 실용 노선을 추구했고 이에 언론은 좌파의 상징색인 붉은색보다 옅은 분홍색으로 당시의 남미 정치적 상황을 표현했다.

핑크 타이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뒤 장기간 이어진 경제 위기 탓에 2010년대 중반부터 약화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2018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당선을 기점으로 다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멕시코에 이어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에서 잇달아 좌파가 집권했고 올해 6월 콜롬비아 대선에서는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의 대선 후보인 구스타보 페트로가 당선돼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정권이 탄생했다.

하지만 제2의 핑크 타이드가 1기 때처럼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미 국가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덕분에 경제적 호황을 누렸던 1기 때와 달리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룰라는 1기 핑크 타이드 바람을 일으킨 주역이었다. 그는 금속노조 조합장 출신의 좌파 대통령이지만 1기 집권 때 경제 정책에서 중도 성향의 정책을 끌어안으며 실용적 노선을 추구했다. 그는 민간 기업과 글로벌 자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경제성장을 도모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원자재 시황 호황이 겹치며 룰라 재임 때 브라질 경제도 호황을 누렸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룰라 1기 집권 때 브라질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를 넘었다. 룰라 퇴임 직후인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브라질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6위를 차지했다. 덕분에 룰라는 2010년 말 퇴임 당시 90%라는 높은 지지율로 국민 다수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려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브라질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3%에 그쳤다. IMF의 세계 GDP 순위도 지난해 기준으로 12위로 뚝 떨어졌다. 브라질의 경제적 불평등은 심해졌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빈곤층도 급증했다. 유엔은 지난 8월 기아현황지도(Hunger Map)를 공개하면서 브라질을 8년 만에 다시 기아 위기국에 포함했다. 유엔은 인구의 2.5% 이상이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직면한 국가를 기아 지도에 포함한다. 브라질의 만성 기아 비율은 현재 4.1%에 달한다.

경제 회복에 앞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점도 룰라에게는 고민거리다. 1989년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적은 대선 득표율 격차에서 알 수 있듯 브라질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극심한 사회 분열 양상을 드러냈다. 인종·계층·종교 등 여러 측면에서 총체적인 분열상을 드러냈다. 가난한 자와 흑인, 여성, 가톨릭 신자들이 룰라를 지지했고 부자와 백인, 남성,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들은 보우소나루를 지지했다.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대선 이후 브라질의 사회적 혼란이 지속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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