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스마트폰 다음은?…'뉴삼성'에 쏠리는 눈

조인영 2022. 10. 3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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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이건희 선대 회장 뒤이어 미래 책임질 '먹거리' 제시할 지 관심
지배구조 개편·실적 개선 등 현안 외에 반도체·바이오·배터리 고도화 전망
연말 정기인사·조직개편에 '뉴삼성' 청사진 전망…신사업 위한 M&A 관측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 부당합병 혐의' 오전 공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조만간 이병철·이건희 선대 회장에 버금갈 '뉴삼성' 키워드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취임사로 갈음한 메시지에서 "세상에 없는 기술 투자"를 언급한 만큼 반도체·스마트폰에 이어 삼성의 미래 먹거리 역할을 할 신성장동력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재계는 내달 19일 이병철 창업주 35주기, 12월 정기 사장단·임원 인사 등을 앞두고 이 회장이 '뉴삼성' 메시지를 낼 가능성에 주목한다. 사법 족쇄가 완전히 풀린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회장직에 오른만큼 그룹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공산이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선대 회장들이 반도체, 스마트폰 등으로 삼성을 단숨에 글로벌 기업으로 끌어올린 신화를 창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장 역시 이에 버금갈 '신경영' 메시지를 구상해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병철 창업주는 기업을 통해 국가와 인류에 공헌하고 봉사한다는 의미인 '사업보국(事業報國)'의 기치 아래 삼성을 거대 기업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제일제당, 삼성전자, 삼성중공업을 잇달아 설립하며 국내 주요 산업을 이끌었다. 특히 이 창업주는 반도체 사업에 승부수를 던지며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87년 2대 회장에 오른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의 위상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만들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로 유명한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2018년 반도체 점유율은 44.3%까지 늘었고, 휴대폰 사업도 '애니콜' '갤럭시'가 연달아 성공하며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반열로 성장시켰다.


과감한 도전과 승부로 요약되는 선대 회장의 리더십을 계승하게 된 이재용 회장은 실적 개선, 지배구조 개편 등 현안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한편 미래 삼성을 책임질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표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주력 사업인 반도체의 추락으로 전년 동기와 견줘 30% 이상 감소했다. 4분기는 수요 둔화와 제품 가격 하락으로 부진이 더 심화될 전망이다. 모바일, 가전 다른 사업군에서도 당장 이렇다 할 타개책을 찾기 어렵다.


지배구조 개편도 관건이다. 이 회장 등 총수 일가는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로, ‘이재용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형태로 이어진다.


여기에 야당이 추진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 지배구조의 변수로 꼽힌다.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하도록 한 개정안대로라면 20조원 이상의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생명이 팔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이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은 자연히 약화된다. 이를 감안한 지배구조 정립을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28일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협력회사 '디케이'에서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김보곤 디케이 대표(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삼성전자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이 회장은 글로벌 그룹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뉴삼성' 비전을 어떤 식으로 내놓을지 관심이다. 취임사로 갈음한 메시지에서 그는 기술, 인재, 조직문화, 사회 환원을 두루 강조하며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지위 유지는 물론, 팹리스(반도체 설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도 글로벌 1위로 도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내년 5세대(1b) 10나노급 D램 양산, 2027년 1.4나노미터(nm) 파운드리 공정 개발, 2030년 1000단 V낸드 개발 로드맵을 제시하며 명실상부 반도체 선도 업체가 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5G(5세대)에 이어 6G를 선제 대비하는 데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6G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중이다. 바이오 역시 미래 유망 먹거리로 떠오른다. 이 회장은 지난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며 각별한 애정을 보인 바 있다.


배터리 사업도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성과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경기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전고체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 성과, 글로벌 투자 수순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뉴삼성' 로드맵은 연말 인사와 즈음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초격차 기술 개발은 물론 신사업 발굴에 삼성이 보다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조직 개편과 사장단 인사에 이를 반영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김기남(DS)·고동진(IM)·김현석(CE) 대표이사 및 부문장을 교체하고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 투톱 체제로 전환한 삼성전자는 올해에는 변화 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달 중순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맡은 이재승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인사 규모가 예상 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 회장은 연말·연초 주요 해외 사업장을 돌며 한동안 글로벌 경영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연구개발(R&D)센터 등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등에 소재한 주요 사업장을 두루 살피며 현안을 점검하는 한편 '뉴삼성'에 속도를 내기 위한 구상에 골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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