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타, 학비 걱정 마요" 늦깎이 대학생 딸의 마지막 문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 안타깝게 숨진 노모(27·여)씨가 부산에 사는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올해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한 노씨의 꿈은 생각지 못한 비극에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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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통 전화, 받은 건 용산서 경찰이었다
31일 오전 노씨 빈소가 차려진 부산의 한 병원. 이곳에서 만난 유족들에 따르면 성격이 밝고 살뜰한 성격인 노씨는 고교 졸업 뒤 부산시내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간호사가 되기 위해 올해 전남 목포 간호보건대학에 입학했다. 노씨 유족은 “병원에서는 계속 일해주길 바랐지만, 공부하겠다는 아이 의지가 확고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씨는 어딜 가든 곧잘 가족에게 알리고 잠결에도 엄마가 연락하면 즉각 반응했다. 30일 새벽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한 가족은 불안해졌다. 시험을 마친 노씨가 친구와 함께 서울에 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초조한 마음에 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딸 어디야. 혹시 이태원은 아니지?”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 응답이 없었다. 어머니 등 가족은 계속해서 노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내 통화가 연결됐지만, 전화기 너머에서 용산경찰서 경찰관 목소리가 들렸다.
“진심으로 대해준 경찰, 고맙습니다”
이때만해도 가족은 노씨가 휴대전화를 분실했을 것으로 믿고 싶었다고 한다. 사망자 신원이 확인됐다는 보도를 접한 뒤 유족 가운데 한 명이 급히 전화를 걸었을 땐 “(노씨가) 명단에 없다”는 답변을 들어 잠시 마음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10여분 뒤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명단에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노씨 어머니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노씨는 평촌 한림대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자리가 부족해 안양 샘병원으로 옮겼다. 유족은 “분명 한림대병원에 있다고 들었는데 확인이 되지 않았다. 여러 차례 전화를 돌린 끝에 안양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아이를 수습해올 수 있었다”고 했다. 가족들은 다만 공무원과 병원 관계자 등을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유족은 “제대로 연결도 되지 않는 전화를 수도 없이 돌리며 속이 타들어 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전화 응대를 한 공무원이나 병원 관계자 등도 서류로 확인할 수 있는 사안까지만 안내해줬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찾기 위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용산서 담당 경찰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수습과 운구 과정을 끝까지 지켜봤다"라며 "진심으로 대해주는 게 느껴졌고, 고맙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다른 희생자 가족과 아픔 나눌 수 있길”
노씨와 함께 이태원에 갔던 친구 박모(27)씨도 이번 이태원 참사에 희생됐다. 박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노씨 유족은 “아이의 생사나 위치 등을 확인할 때 친구(박씨) 정보도 함께 확인하려고 애썼는데 기관 등에서는 ‘직계 가족이 아니면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하더라”며 “언론 보도를 통해 친구도 사망한 걸 알게 됐다.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유족은 이어 “떠난 곳에서도 두 아이가 정겹게 지내길 바란다. 마음을 추스른 뒤 동행했던 친구 가족과도 연락이 닿을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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