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행정당국 책임론…한덕수 "많은 반론 있다"

한진주 2022. 10. 3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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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경찰 사전 배치 미흡 지적 일어
한덕수 "사고 원인 치밀하게 조사해야"
이상민 책임 회피 발언도 논란
한덕수 "예년보다 많은 경찰인력 여러 수고에도 현장 투입"
"전문가, 여야 협조해 대책 만드는 것이 시급"
조문객들도 경찰투입 대응 미비 지적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최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태원 사고 원인을 놓고 정부와 행정당국의 책임론이 일고 있다.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 책임론에 대해 "많은 반론이 있다"며 현재는 재발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한덕수 총리는 "유가족들이 헤아릴 수 없는 심정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경찰의 책임론이 부각되는 것과 관련 "거기에 대해 많은 반론이 있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치밀하게 조사해 밝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을 놓고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보면 예년에 비해 많은 숫자의 경찰 인력들이 여러가지 수고를 많이 하는 과정에서도 (사고 현장에) 투입이 되었다는 말씀을 설명하는 취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이 장관은 긴급대책회의 브리핑에서 "경찰·소방 인력을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날 6시 기준 이태원 참사 사망자 수는 154명, 부상자는 149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이다. 전날까지 서울시에 접수된 실종신고는 총 4024건이다.

한 총리는 "현장에서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신원파악은 거의 끝났고 소수 외국인과 국내 한 두명 정도만 남은 것 같다"며 "그분(사망자)들의 신원을 밝히고 적절한 장례 절차를 밟고 다시 이러한 참혹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여야가 협조해 대책을 만드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재명 대표 등 야당에서도 이태원 참사를 정쟁적으로 끌고가지 않고 정책에서 개선을 이루는 쪽으로 하려는 것 같아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은 조문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조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분향소 왼편에는 이태원 심리지원 현장 상담소 부스가 설치돼있었다.

고려대에 재학중인 정원우 씨는 "사람 많이 몰릴것에 대비해서 경찰이 대비를 했어야한다고 본다. 경찰 700명만 배치해도 안전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희생자 시신이나 심폐소생술 장면 등을 영상으로 공유하는 경우가 있어서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하고 부산에서 첫차를 타고 조문하러 온 40대 정지욱 씨는 "직업군인으로 오래 일했는데 CPR이 가능해서 (현장에 있었다면) 한분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검진을 받을 떄 응급대비교육 등을 5~10분씩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사망한 지인을 추모하러 온 30대 박 모씨는 "저도 현장에 그 전날에 방문했었는데 그게 내 일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참담하다"며 "다른 지인들도 너무 충격을 받아서 일이 손에 안잡힌다고 한다"고 말했다.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해보다 2만명 이상 많은 10만명의 인파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의 조치는 미비점이 많았다. 31일부터 서울광장엣서 서울시도 방역대책 홍보에만 치중했을 뿐 별다른 안전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핼러윈 데이에 유흥시설 주변 인파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생활 속 방역수칙 준수 등 홍보·관리가 필요하다"며 방역수칙 홍보를 시행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서울시도 방역대책만 세웠고 현장 질서관리 등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용산구는 핼러윈 데이에 모인 인파가 지난 27일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지만 부구청장 주재로 부서별 계획을 점검하는 수준에 그쳤다. 27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하려던 안전점검도 방역·소독, 식품접객업소 지도점검·세계음식거리·클럽거리, 지하철 역사 등 시설물 안전점검 중심이었다. 작년 핼러윈 데이 당시 서울시는 '특별방역대책'을 수립해 서울경찰청, 식약처, 법무부 등 대규모 합동 단속을 벌였던 것과 분위기가 달라졌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 핼로윈데이인만큼 방역 단속 의무가 완화되면서 행정당국 역시 현장을 통제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용산구는 사고 3일 전인 26일에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등과 간담회를 열었는데 사실상 안전관리 대책은 상인들에게 맡겼다. 별도의 안전 매뉴얼 등도 마련하지 않았다. 용산구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모이는 행사지만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야외 테이블 등 시설물 관리 등을 챙겨달라고 당부했다"며 "이태원 상인들도 지휘봉을 들고 경찰들과 함께 질서 유지를 위한 활동을 했지만 워낙 많은 인파가 몰려 통제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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