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뮤직비디오 한 장면, AI로 그려봤습니다
[이효림 기자]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생 땐 도화지와 붓으로, 중학생 땐 컴퓨터와 마우스로, 고등학생 땐 아이패드와 애플펜슬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달라졌어도,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완성한 그림을 보고 느끼는 뿌듯함만은 달라지지 않았다.
▲ 가수 아이유 ‘strawberry moon’ 뮤직비디오 장면 캡쳐 (좌), ‘미드저니(Midjourney)’로 그린 그림 (우) 비교. |
ⓒ 1theK (좌), Midjourney (우) |
뮤직비디오 장면을 보고 연상되는 키워드를 골라 AI에 입력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단 7개의 키워드를 입력했을 뿐인데 1분 만에 뮤직비디오 장면과 거의 유사한 그림을 그려주었다.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AI가 그림을 그려주는 시대가 도래했구나.'
AI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스며든 것은 놀랄 만할 일은 아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 바둑 대전을 벌였고, 유튜브는 시청 기록을 기반으로 사용자 개개인의 맞춤형 알고리즘을 통해 콘텐츠를 추천한다. '시리야, 오늘 날씨는 어때?'라는 말 한 마디로 그날의 기온, 습도, 심지어는 강수량까지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AI가 예술 분야까지 섭렵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예술 분야는 AI가 가장 늦게, 어쩌면은 아예 정복하지 못할 분야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나 또한 다른 분야와는 달리 예술은 창의성, 독창성 등 인간의 섬세한 감성이 중요한 창작 요소인 분야이므로 예술 분야에서만큼은 AI가 인간을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AI 그림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지, 아니면 그저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 지난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제임스 앨런의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AI 그림 사이트 ‘미드저니(Midjourney)’를 이용하여 제작한 작품이다. |
ⓒ JasonAllen via Midjourney 화면 캡처 |
지난 8월, 미국에서 개최된 한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AI 그림 사이트 '미드저니(Midjourney)'를 이용하여 그린 작품이 1위를 차지하면서 AI 그림에 대한 논란은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AI가 그린 그림이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냐는 것이었다.
미 CNN과 VICE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논란에 대해 한 트위터 사용자는 '우리는 예술의 죽음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고 있다'라며 분노했다. 반면, 대회의 우승작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을 제작한 앨런은 '기술을 증오하기보단 그것이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인식하고 좋은 방향으로 사용한다면 우리 모두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AI는 단지 그림을 그리는 혁신적인 도구일 뿐이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AI가 그린 그림 하나로 이렇게나 상반된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 놀라우면서도, 기존 화가들이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해당 논란은 당연하단 생각도 든다.
나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더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10시간 넘도록 펜을 잡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AI는 단 몇 분 만에 더 정밀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뚝딱 그려내니, 이 얼마나 허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에게 AI 그림의 등장이 예술의 몰락인가 예술의 혁신인가 묻는다면, 예술의 혁신이라고 답할 것 같다.
AI는 사람이 입력한 명령어를 토대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AI 그림에는 AI에 명령을 내린 사람의 의도 및 창의성이 포함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AI만으로는 어떠한 의도성을 지닌 그림을 생성하지 못한다.
또한, AI에 입력하는 키워드의 종류와 이를 조합하는 방식에 따라 나오는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 키워드 하나 차이로 완전히 다른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최적의 키워드를 선택하고 이를 조합하는 능력도 전적으로 사람에게 달려있다.
결국, AI는 사람들이 입력한 명령어를 처리하여 그림을 그려주는 혁신적인 도구일 뿐이다. AI가 인간을 대체하여 예술을 몰락시킨다는 말보다, AI와 인간이 공존하여 혁신적으로 예술을 발전시킨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이제는 AI를 하나의 그림 도구로써 사용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AI 그림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렇다면 AI 그림의 주인은 누구일까? 어떤 사람이 AI 그림 사이트를 이용하여 사과 그림을 그렸다고 가정해보자. 사과 그림의 저작자는 과연 누구일까? AI를 개발한 사람일까? AI에 명령어를 입력한 사람일까? 아니면 AI가 사과 그림을 학습할 때 레퍼런스로 사용한 원본 그림을 그린 사람일까?
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아직 우리나라 저작권법에 AI와 관련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AI 저작권과 관련된 규정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AI 그림을 창작물로 인정할지, AI 그림의 저작자는 누구인지 등 많은 논란이 계속될 것이다.
최근 AI가 남의 창작물들을 무단으로 학습하여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거세지고 있기에, 하루빨리 AI 저작권과 관련된 규정이 명확하게 정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양이 매우 방대하고, 어느 수준까지 저작권으로 보호해야 할지도 모호하므로, 관련 규정이 정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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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참고자료 및 사이트 [1] Midjourney, https://www.midjourney.com/home/ [2] Matthew Gault, "An AI-Generated Artwork Won First Place at a State Fair Fine Arts Competition, and Artists Are Pissed", VICE, (2022.09.01.), https://www.vice.com/en/article/bvmvqm/an-ai-generated-artwork-won-first-place-at-a-state-fair-fine-arts-competition-and-artists-are-pissed, (접속일 : 2022.10.28.) [3] Rachel Metz, "AI won an art contest, and artists are furious", CNN Business, (2022.09.03.), https://edition.cnn.com/2022/09/03/tech/ai-art-fair-winner-controversy/index.html, (접속일 : 2022.10.28.) [4] 변희원, "내 그림 배우더니 똑같이 그렸네··· AI에 뺏긴 저작권 논란", 조선경제, (2022.10.28.),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2/10/28/AZSDHIBGJJBK3DRKPIXCZ3CCLA/, (접속일 :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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