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태원 참사가 청와대 이전 때문인가

이지은 2022. 10. 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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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을 즐기러 나왔던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예기치 못한 사고에 아까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국민들은 충격에 빠져 추모하고 정부는 수습에 여념이 없다.

정부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조사 결과 미흡한 대처가 있던 것으로 판명나면 관계자들을 징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책임지고 수습에 전념하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편가르기만 자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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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을 즐기러 나왔던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예기치 못한 사고에 아까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 국민들은 충격에 빠져 추모하고 정부는 수습에 여념이 없다. 정치권에서는 정쟁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도 일각에선 여지없이 정쟁의 빌미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와 씁쓸함을 안겼다.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3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태원 참사는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글을 내렸지만, 의견을 철회한다는 뜻은 밝히지 않았다. 대신 언론들이 이 사건을 다루는 기사에 자신의 웃는 사진을 쓴 것이 "잔인하다"며 사진을 내려달라 요청하는 ‘읍소’ 게시물을 하나 올렸을 뿐이다. 일이 잠잠해지면 언제든 다시 책임론을 꺼내 들 태세다. 같은 당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도 정부 책임론을 꺼내 들며 갑작스럽게 "영수 회담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정부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조사 결과 미흡한 대처가 있던 것으로 판명나면 관계자들을 징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책임지고 수습에 전념하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편가르기만 자극할 뿐이다.

어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이를 상대 정치세력의 탓으로 돌리며 정쟁을 벌이는 것은 지지자들의 표를 얻어내거나 적어도 이목을 끌기에 편리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정쟁으로 인한 국력 낭비는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독(毒)으로 돌아올 뿐이다. 여야가 이번 사고 직후 당직자들과 의원들에게 ‘SNS 함구령’을 내리고 초당적 협력을 해 나가기로 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 일단 지금은 모두가 마음을 합해 희생자를 추모하고 사태를 수습하며, 부상자들의 상처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해 나가야 할 때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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