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준우승 후유증 극복한 크로아티아, 기적 도전
[노성빈 기자]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루카 모드리치 역시 생애 마지막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대회 골든볼을 수상하며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준우승 기적을 일궜던 모드리치가 이번 대회에서도 그때의 기적을 다시 쓰면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펼치고자 한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월드컵 준우승 이후... 과도기 극복한 크로아티아
1987년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 우승 주역들이 주축이 된 지난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는 월드컵 3위에 오르며 센세이션한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6골을 터뜨리며 크로아티아를 3위로 이끈 다보르 슈케르는 득점왕을 차지한다.
그 후 20년이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를 3승으로 통과한 크로아티아는 16강부터 4강까지 매 경기 연장승부를 펼치는 대혈투를 벌인 끝에 준결승에서 잉글랜드를 물리치고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다. 비록 프랑스에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매 경기 보여준 그들의 투혼은 전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이러한 결과속에 루카 모드리치는 대회 골든볼 수상과 함께 그해 발롱도르까지 수상하게 된다.
이후 크로아티아는 혹독한 과도기를 겪는다. 준우승을 이끌었던 마리오 만주키치, 이반 라키티치, 베르단 촐루카, 다니엘 수바시치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데 이어 이반 스트리니치(심장 비대증), 시메 브르살리코(무릎부상)는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와 함께 세대교체에 들어간 크로아티아는 혹독한 과도기를 겪는다. 월드컵 이후 치러진 2018-2019 UEFA 네이션스리그에선 스페인에 0대 6 대패를 기록한 데 이어 2020-2021 시즌에도 포르투갈에게 0대 4 대패속에 1승 5패를 기록하면서 준우승국의 위용이 떨어졌다.
이는 지난 유로 2020에서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스페인과 연장승부 끝에 3대 5로 패하며 16강 진출에 만족해야했다.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경기력과 루카 모드리치, 이반 페리시치에 의존도가 상당히 높음을 보여준 대회였다. 이로 인해 카타르 월드컵 예선을 앞둔 크로아티아는 기대보다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유로 이전에 치러진 슬로베니아와의 월드컵 예선 1차전을 0대 1로 패하면서 이 우려는 더 커졌다. 그러나 위기에서 그들의 저력이 빛났다. 사흘뒤(2021년 3월 27일) 키프로스전 1대 0 승리를 시작으로 8경기에서 6승 2무의 성적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한 크로아티아는 11월 열린 러시아와의 최종전에서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1대 0 승리를 거두고 7승 2무 1패의 성적으로 러시아를 제치고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는다.
크로아티아가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은 것이 컸다. 유로 2020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요시코 그바르디올을 비롯해 보르나 소사, 요시프 유라노비치가 주전급으로 올라서 노쇠화가 진행되던 수비진에 힘을 불어넣었고 마리오 파샬리치와 로브로 마예르가 중원에서 에너지레벨을 높여준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모드리치와 브로조비치, 페리시치등 준우승을 일궈낸 베테랑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뤄내면서 힘겨웠던 과도기를 극복하게 된다.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뭉친 크로아티아, 20년 전과의 차이는?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는 크로아티아의 가장 큰 장점은 중원이다. 지난대회 크로아티아가 준우승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모드리치, 라키티치, 브로조비치가 구성한 중원이 큰 힘이 되었는데 이는 이번대회에서도 크로아티아 전력에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 핵심은 단연 루카 모드리치다. 37세의 나이에도 여전한 클래스를 유지하고 있는 그의 존재는 출전여부에 따라 경기력 편차가 심할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은 크로아티아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지난 대회 크로아티아의 준우승을 이끌며 대회 골든볼을 수상했던 모드리치는 영광을 함께했던 다수의 선수들이 떠났음에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대표팀을 카타르 월드컵으로 이끌었는데 이번에는 향후 크로아티아를 이끌어갈 신진 선수들과 함께 4년 전의 기적을 다시 한 번 일으키고자 한다.
모드리치와 함께 중원에서 호흡을 맞출 선수로는 그와 함께 3대회 연속(2014, 2018, 2022) 월드컵에 출전할 마르셀로 브로조비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활약하는 마테오 코바치치가 구성하게 되는데 두 선수 모두 강인한 체력과 운동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월드컵 예선을 통해 주전급으로 올라선 마리오 파샬리치와 모드리치의 후계자가 될 잠재력을 갖고있는 로브로 마예르도 출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공격에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 이반 페리시치가 중심이 된다. 윙 포워드와 윙백 등 측면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그는 현재 크로아티아 선수 중 A매치 최다골(32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페리시치는 30대 중반임에도 풍부한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 여기에 강력한 왼발을 통한 크로스와 슈팅력이 일품인데 여기에 뛰어난 위치선정까지 더해지면서 득점도 곧잘 터뜨린다.
페리시치에게 기대를 걸수 있는 부분은 풍부한 경험뿐 아니라 월드컵, 유로와 같은 메이저대회에서 총 10골을 기록할정도로 큰 대회에서의 활약상이 컸다는 점도 있다. 대체적으로 공격진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크로아티아 입장에선 그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페리치시와 공격진을 구성할 선수로는 지난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의 우승 멤버이자 크로아티아 선수로는 분데스리가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안드레이 크라마리치를 비롯해 190cm의 타겟형 공격수 안테 부디미르, 측면자원인 요시프 브레칼로, 루카 이바누셰치가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K리그 전남 드래곤즈와 울산 현대에서 활약해 국내팬들에게도 친숙한 미슬라브 오르시치(K리그 활약명 오르샤)의 승선 가능성도 존재한다.
수비진엔 유로 2020 이후 센터백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요시코 그바르디올을 중심으로 지난 6월 네이션스리그를 통해 주전급으로 올라선 마르틴 예들리치가 센터백으로 나설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떠오르는 신예 보르나 소사와 좌우 측면 모두에서 활약이 가능한 요시프 유라노비치가 수비를 구성한다. 여기에 두예 찰레타-차르, 요시프 슈탈로, 요시프 스타니시치등 다수의 선수들이 20대 초중반으로 되어있을 정도로 세대교체가 성공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 3백과 4백에서 활약이 가능해 달리치 감독의 전술운용에 있어 다양성을 제공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크로아티아의 현 스쿼드를 살펴보면 지난 2002년과는 확연히 다른점을 확인할 수 있다. 4년 전인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른 크로아티아는 이후 2002 한일월드컵에 진출했으나 다보르 슈케르, 로베르토 야르니등 1998 월드컵 멤버 중 9명이 출전할 정도로 세대교체에 실패한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노쇠한 크로아티아는 당시 첫 출전국인 에콰도르의 첫 승 제물이 되는 등 1승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만다.
그러나 현재 크로아티아는 그때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모드리치가 30대 후반이지만 여전한 클래스를 유지하는 가운데 어린 선수들이 빠르게 팀의 중심이 되면서 과도기를 극복해냈다. 이를 통해 신구조화를 이뤄낸 크로아티아는 20년 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그럼에도 리스크는 남아있다. 바로 모드리치와 페리시치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점인데 두 선수가 빠지면 경기력이 다운됐는데 이는 지난 네이션스리그와 유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었다. 본선에선 이들이 얼마나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느냐가 크로아티아의 성패를 좌우할 대목이다.
최전방의 부재도 크다. 만주키치의 은퇴이후 크라마리치가 주전 스트라이커로 올라섰지만 소속팀에서는 두 자릿수 득점을 책임져줄 선수지만 대표팀에서는 그만큼의 결정력을 선보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이는 안테 부디미르 역시 마찬가지인데 최전방에서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는 점은 16강 이상을 노릴 크로아티아에겐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카타르 월드컵은 영웅 모드리치의 마지막이란점에서 의미있는 큰 대회다. 그와 함께 하는 마지막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가 4년전 보여줬던 그 기적을 다시한번 발휘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크로아티아(Croatia)
FIFA 랭킹: 12위
역대 월드컵 출전 횟수: 6회(1998, 2002, 2006, 2014, 2018, 2022)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 준우승(2018)
역대 월드컵 전적: 11승 4무 8패
감독: 즐라트코 달리치(크로아티아, 1966. 10. 26)
*크로아티아 경기일정(한국시각)*
11월 23일 19:00 모로코, 알 코르 알 바이트 스타디움
11월 28일 01:00 캐나다, 알 라얀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12월 2일 00:00 벨기에, 알 라얀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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