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에 슬픔 잠긴 사람들…트라우마에 빠진 한국

공병선 2022. 10. 3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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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명이 운명을 달리한 이태원 참사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피해자 가족뿐만 아니라 구급대원과 경찰, 사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 모두 2차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참사에 대한 포용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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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호소하는 사람들
유튜브에서 사고영상 접해
참사 생존자들은 더욱 심각
"혐오·증오 담긴 말 멈춰야"
31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공간에 사람들은 국화와 추모 글귀를 놓았다. 이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죄송하다" 등 추모글을 남겼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154명이 운명을 달리한 이태원 참사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피해자 회복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사회가 포용하는 태도를 취해야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31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엔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시민들은 지나가면서 이번 참사로 인해 숨진 154명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 추모 현장엔 흰 국화뿐만 아니라 여러 문구들도 적혔다. 시민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편히 잠드세요" "한 명이라도 더 살렸어야 했는데, 죄송할 따름이다" 등 글들을 남겼다.

사람들은 이번 참사로 인해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유튜브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퍼지는 사고 현장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이태원 참사'를 검색할 경우 피해자들의 얼굴이나 신체 일부가 가려지지 않은 채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있거나 구급대원에게서 실려가는 영상들을 볼 수 있었다. 이태원 인근 자영업자 구모씨(62)는 "너무나도 어린 생명들이 희생되는 장면들을 미디어나 유튜브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마주했다"며 "과거 세월호 참사처럼 사람들에게 크나큰 상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참사 생존자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9일 참사 당일 만난 생존자들은 상황이 마무리됐음에도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이들은 자정이 지난 시간에도 모포를 몸에 덮고 참사 현장을 멍하게 바라봤다. 손을 떨던 김모씨(27)는 "'뒤에서 밀자'는 소리와 함께 흉부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말 그대로 죽을 뻔 했다"며 "옆에 있던 여성분이 비명을 질러 조금만 참으라고 했는데 선 채로 죽었다. 눈을 감으면 그 장면이 다시 떠오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드니엘(50)씨는 "파티 현장에서 이런 일을 겪게 될 줄 몰랐다"며 "고국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전했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피해자 회복 적극적으로 나서야…피해 회복 위한 포용·공감도 필요해

피해자들에게 회복을 위한 적절한 지원에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문현철 숭실대 대학원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행정안전부 홈페이지나 인근 주민센터를 찾아가 '재난심리지원'을 신청하면 상담 등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피해자들이 직접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신청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온 국민의 트라우마를 멈추기 위해선 우선 혐오와 증오를 멈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피해자 가족뿐만 아니라 구급대원과 경찰, 사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 모두 2차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참사에 대한 포용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정찬승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은 "'괜히 저 파티에 가서 봉변을 당했다' '놀다가 참사에 당했다' 등 혐오나 증오가 담긴 말들은 트라우마 회복에 도움되지 않는 말들이다"며 "비난보다는 포용하고 공감해야 빠르게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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