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을 생각한다면 여기 먼저 가보세요

이명옥 2022. 10. 3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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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문화공동체 빅포레스트 협동조합 기획, 괴산산촌체험 2박 3일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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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기자]

"어떠셨어요? 우리 산촌체험 투어는 단순히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모든 체험 활동 중심은 '삶'입니다 단순한 체험투어라면 여느 체험 프로그램과 다를 게 없지요. 괴산산촌체험은 놀자리, 일자리, 배울자리, 살자리를 살펴보며 어떻게 제대로 행복하게 살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2박 3일이 되도록 마음을 써서 기획했습니다."

김혜란 푸른내 살림터 협동조합 대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푸른내 살림터 협동조합은 생태나눔 교육 농장으로 숲문학 인문학 행사와 생태 관련 출판물을 제작하고 있다.

쉼, 앎, 삶이 있는 체험

사실 몸과 마음이 지쳐 무작정 나선 길이었다. 산림문화공동체 빅포레스트 협동조합이 기획한 <괴산산촌체험 2박3일> 일정이라 했다.

'괴산산촌체험'은 괴산 8개의 그루경영체(괴산숲사랑협동조합, 산들애협동조합, 푸른내살림터협동조합, 느티울산촌영농조합, 나모협동조합, 배티숲농업회사법인, 유기농산림밥상, 느티울목공, 산따라꿀따러 협동조합)가 하나로 연결되어 지향하는 지역특화사업이라고 한다.

산림문화 공동체 빅포레스트는 '건강한 의衣 식食 주住 유遊 소所' 괴산에서 입을거리, 먹을거리, 거주, 산촌 여행까지 새로운 삶터로서의 숲을 체험해 보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했다고 한다. 소개가 헛말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쉼, 앎, 삶이 있는 알짜배기 산촌 체험이었다. 
        
▲ 바람의 정원 대표의 설명 바람의 정원 대표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빅포레스트협동조합
       
산국이 지천인 길을 달려 1차 체험 장소인 '바람의 정원'에 도착했다. 스테인리스 밥그릇, 전선줄 숟가락, 온갖 고철과 폐기물이 생생한 작품으로 탄생되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 밧중체험 여럿이 밧ㅅ줄을 잡고 가운데 선 사람을 들어 올리고 있다
ⓒ 빅포레스트협동조합
 
정원 마당에서 펼친 밧줄을 이용해 '협동과 신뢰'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마주하는 참가자 모두 둥그렇게 둘러서서 각자 밧줄을 한가닥씩 잡는다. 한 사람은 한가운데 서거나 앉는다. 모두 균형을 맞춰 밧줄을 들어 올린다.
가운데 선 사람이 공중으로 들려 올라간다. 들어 올린 사람들 들려 올라간 사람 모두 놀라움과 환희를 경험한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한마음이 되는 협동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밧줄 체험 이후 참가자들은 마음의 거리가 좁혀져 서슴없이 서로 웃으며 정겹게 대화를 나눈다.
  
▲ 느린우체통 1년 뒤에 받아보는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있다.
ⓒ 빅포레스트협동조합
 
해설사와 함께 산막이 옛길을 걸은 후 숲 속에서 3팀으로 나누어 자연밥상, 괴산, 느티나무를 꾸미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가 하나 되는 시간, 동심으로 돌아간 시간이다. 마무리로 1년 뒤에 받아 볼 수 있다는 느린우체통 앞에서 편지를 쓰는 모습들이 사뭇 진지했다. 함께 온 아내에게 혹은 남편에게 무슨 글을 남겼을까.
자연이 베푸는 것은 모두의 것
  
▲ 천연 염색을 체험하는 참가자들 염색 후 나뭇잎으로 무늬를 만들고 있다,
ⓒ 빅포레스트협동조합
 
둘째 날은 성불산 자연휴양림에서 산들애 전재순(천일염색 지끈공예 수상) 작가와 산야초 천연염색 스카프 만들기 체험으로 시작했다. 먼저 천에 염료물이 골고루 배이도록 잘 흔들고 주물러 보랏빛과 카키색으로 물을 들인다. 거기에 나뭇잎을 자연스럽게 배치해 둥근대에 말아 찜통에 40분 가량 쪄내면 멋진 스카프가 완성된다.
  
▲ 박걸 작가 박걸 작가가 자신의 귀촌 10년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 빅포레스트협동조합
 
느티울목공 Up-cycling (새활용) 공예가 박걸 작가는 '개인에서 공동체'로 라는 강의를 통해 자신의 귀촌 10년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삶의 가치를 물질이 아닌 내적 요소에서 찾으면 삶의 기쁨을 더할 수 있음을 목공과 캘리그라피와 창작의 즐거움, 자신의 배움을 나누는 모습이 강연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점심은 울타리나눔 황정임 대표와 회원들이 준비한 유기농 산림밥상이었다. 황정임 대표는 나눔과 봉사로 군민 선행봉사 대상을 받은 나눔이스트이자 유기농 먹거리 환경지킴이다.

오후에는 느티울목공 업사이클링 시계 제작 체험을 했다. 작은 못을 12개 박고 시침, 분침, 초침 순으로 조립한뒤 원하는 문구를 박걸 작가에게 써 받으면 완성이었다.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자신이 만든 시계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 산림접지욕 체험 ㄱ산림접지욕을 체험하고 있는 참가자들
ⓒ 빅포레스트협동조합
 
두 번째 일정은 우영재 숲 해설가와 함께한 산림치유센터 맨발걷기와 명상이었다, 낙엽과 자갈과 바위가 적절히 어우러진 산길을 맨발로 걸으며 때때로 숲길에 멈춰서 깊은 호흡으로 나무와 바람의 숨결을 느꼈다. 온몸과 마음의 찌든 때를 덜어내는 시간이었다.

맨발 걷기의 마지막 과정은 산림접지욕 체험이었다. 부드러운 흙이 쌓인 곳에 천연 염색 천을 깔고 종아리까지 흙으로 감싼 뒤 편안히 누워 땅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낀다. 접지 체험은 머리와 몸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는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5無양봉 '산따라꿀따러 협동조합' 대표인 산림문화공동체 박성학 사무국장은 틈나는대로 괴산에서의 삶을 들려주고 깨알 정보를 나누는 일도 잊지 않았다. 5無양봉은 무항생제, 무농약, 무설탕, 무농축, 무진드기제거제를 원칙으로 일 년에 한번만 채밀하는 양봉법을 말한다.

그는 산에 핀 꽃이 개인 소유물이 아니듯 '자연이 베푸는 것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든 누구든 양봉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오면 선험적 경험과 지혜를 아낌없이 나누는 이유다. 그는 괴산에서 살자리를 찾는 이들에게 언제든지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것이 좋았다
 
▲ 물고기잡이에 나선 참가자들 ㅁ뜰채와 통발을 들고 물고기 잡이에 나선 참가자들
ⓒ 빅포레스트협동조합
 
체험 마지막 날은 쌍곡계곡 통나무집에서 김장 담그기 체험을 한 뒤 추억의 물고기 잡이에 나섰다. 뜰채와 통발을 들고 나선 모두는 동심으로 돌아가 물고기 잡이에 열심이었다. 어쩌면 물고기가 아니라 어릴 적 추억을 낚고 있는지도 몰랐다. 통을 들여다 보니 비록 물고기는 몇 마리 없었지만, 행복을 담아온 모두의 표정은 밝고 환했다.  

누군가 커다란 맷돌 호박을 따와 가장 열심히 물고기를 잡은 분에게 선물로 준다고 한다. 천안에서 온 경숙님이 손을 번쩍 들어 1등상을, 청주에서 온 현주님이 2등상을 받았다. 둘이 호박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이 햇살만큼이나 환하다. 경숙님에게 어떤 프로그램이 제일 좋았는지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전부 다요. 모든 게 다 좋았어요."

사실 나도 그랬다. 어느 것 하나 아쉬움이 남지 않게 알차게 괴산 산촌의 면면을 체험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누구든 귀촌을 꿈꾸는 이라면 괴산 산촌 체험을 통해 배울자리, 일자리, 살자리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꿈을 이루는 것은 꿈꾸는 자의 것이기에.
  
▲ 맨발걷기 성불산 휴양림 맨발걷기
ⓒ 빅포레스트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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