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P 13R' 신한은행 김진영, 개막전부터 날았다

양형석 2022. 10. 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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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30일 KB와의 개막전 ORB 8개로 맹활약, 신한은행 84-77 승리

[양형석 기자]

신한은행이 개막전부터 대혈투를 벌인 끝에 '디펜딩 챔피언' KB를 잡았다.

구나단 감독이 이끄는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3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KB스타즈와의 개막전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84-77로 승리했다. 정규시간은 물론 한 차례의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신한은행은 2차연장에서 강이슬에 이어 김민정까지 5반칙으로 물러나며 체력이 떨어진 KB를 몰아 붙여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신한은행은 김단비(우리은행 우리WON)의 보상선수로 영입한 김소니아가 23득점16리바운드로 팀을 이끌었고 '맏언니' 한채진이 10득점10리바운드, 강계리도 12득점6리바운드6어시스트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개막전 신한은행 승리의 일등공신은 따로 있었다. 무려 46분 동안 코트를 누비며 8개의 공격리바운드를 포함해 19득점13리바운드3어시스트2블록슛으로 맹활약한 김진영이었다.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한 '66점 소녀'
 
 신한은행은 지난 5월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난 한엄지의 보상선수로 김진영을 지명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2013년 1월 여자농구계가 들썩거렸던 대형사건이 있었다. 선일여고의 가드 신지현(하나원큐)이 춘계여자중농구대회 대전여상과의 8강전에서 61득점을 올린 것이다. 이는 고교농구가 전산화된 뒤 작성된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이었다. 미래의 여자농구를 이끌어갈 대형유망주의 등장에 농구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신지현은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부천 하나원큐에 입단했고 오늘날 두 시즌 연속 가드부문 BEST5에 선정될 정도로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가드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좀처럼 깨지기 힘든 '불멸의 기록'이 될 거라 여겼던 신지현의 61득점 기록은 1년2개월 밖에 가지 못했다. 2014년 3월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 마산여고전에서 숭의여고의 김진영이 66득점27리바운드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김진영의 66득점은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여고농구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이다. 하지만 김진영은 신지현이 61득점을 올렸을 때만큼 크게 주목 받지 못했고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64cm의 단신가드 안혜지(BNK 썸)에 밀려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지 못했다(전체 2순위 KB지명). 그리고 김진영은 루키 시즌 단 5경기에 출전해 평균 6분19초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김진영은 KB에서 5시즌 동안 활약했지만 충분한 기회를 보장 받지 못했다. 당시 KB에는 포워드 포지션에 변연하(BNK 코치)와 강아정, 정미란 같은 쟁쟁한 선배들이 즐비했고 매 시즌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였기 때문에 유망주 김진영에게 기회를 줄 만큼 여유 있게 시즌을 운영할 수도 없었다. 김진영은 2018-2019 시즌 팀 동료들의 활약에 힘입어 첫 우승을 경험했지만 당시 김진영의 평균 출전시간은 5분45초에 불과했다.

그렇게 KB의 벤치 멤버로 짧은 출전시간만 소화하던 김진영은 2019년11월 뜻밖의 기회를 맞았다. KB가 박지수의 백업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센터 김소담을 영입하면서 젊은 포워드 김진영을 BNK로 보낸 것이다. 물론 정든 팀을 떠나는 것을 좋아할 선수는 많지 않지만 매 시즌 우승을 노리며 주전선수들이 많은 출전시간을 가져가야 하는 KB보다는 신생구단 BNK가 김진영이 활약하기 더욱 적합한 구단이었다.

46분 동안 코트 누비며 공격리바운드만 8개
 
 김진영은 코트 안에서 표정이 밝은 대표적인 선수지만 골밑에서의 투쟁심 만큼은 어떤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실제로 김진영은 BNK이적 첫 시즌부터 출전시간이 24분52초로 부쩍 늘어났고 2020-2021 시즌에는 8.72득점 5.4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개인 최고 성적을 올렸다. 물론 소속팀 BNK가 30경기에서 5승25패(승률 .167)에 그치며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김진영은 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장속도를 보인 선수 중 한명이었다. 그리고 김진영은 지난 시즌을 통해 또 한 번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박정은 감독이 새로 부임한 BNK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김한별과 강아정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지만 김진영은 여전히 30분 가까운 출전시간을 기록하며 8.73득점7.00리바운드라는 알토란 같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경기당 3.50개의 공격리바운드를 잡았는데 이는 박지수(4.62)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었다. 김진영의 신장(176cm)을 고려하면 그녀가 골밑에서의 투쟁심이 얼마나 뛰어난지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김진영은 그렇게 BNK에서 완벽하게 적응을 마쳤지만 지난 시즌이 끝나고 또 한 번 타의에 의해 팀을 옮겼다. BNK에서 FA포워드 한엄지를 영입하면서 지난 5월 신한은행에서 보상선수로 김진영을 지명한 것이다. 신한은행에는 지난 시즌 득점 6위(16.82점)에 올랐던 김소니아와 2017-2018 시즌 올스타전 MVP, 2020-2021 시즌 식스우먼상을 받았던 슈터 구슬이 있어 만만치 않은 주전경쟁이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김진영은 개막전부터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신한은행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2차 연장까지 50분 동안 치러진 혈전에서 팀 내 가장 많은 46분6초를 소화한 김진영은 3점슛 1방을 포함해 19득점13리바운드3어시스트2블록슛으로 맹활약하며 김소니아와 함께 팀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공격리바운드를 8개나 잡아냈을 정도로 박지수가 없는 KB의 골밑을 마음껏 휘저었다.

신한은행의 구나단 감독은 개막전에서 189cm의 장신센터 김태연을 3분만 뛰게 했을 정도로 경기 내내 '스몰라인업'을 가동했다. 바꿔 말하면 이번 시즌 176cm의 신장으로 스몰 포워드부터 센터까지 소화할 수 있는 김진영을 핵심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이제 막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두 FA보상선수 김진영과 김소니아의 활약으로 개막전부터 '디펜딩 챔피언'을 잡아낸 만큼 이번 시즌 신한은행의 기세가 꽤나 뜨거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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